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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평점 :
진보에 반대한다 |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출판사 @woojoongmong.books
☕️
슬라보예 지젝의 《진보에 반대한다》는
“앞으로 간다”는 말부터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 소개와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단순히
진보/보수의 진영 논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 선명하다.
지젝은 ‘진보와 그 변이들’, ‘가속’, ‘홀로그램식 역사’, ‘최악 만들기’, ‘우리는 바이오매스다’, ‘부인’ 같은 장들을 통해,
진보라는 이름이 어떻게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들에 의해
동시에 점유되는지 끝까지 추적한다.
특히 그는 단선적이고 결정론적인 진보 담론이
역사 속 우발성과 잠재성을 지워버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존재들, 이른바 “으깨진 새들”을 은폐한다고 말한다.
내게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의 철학이 거의 물리학적 상상력으로 읽힌다는 점이었다.
지젝은 우리가 전진한다고 믿는 세계가 사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일 수 있다고 말하고,
‘관리된 세계’라는 정상성이 오히려 전쟁,포퓰리즘,생태적 재앙이라는
고정점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본다.
또 역사를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들까지 중첩된 ‘홀로그램’처럼 사유하자고 제안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뉴턴식 직선 운동보다,
비틀린 공간과 관측 좌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는 현대물리학의 감각을 떠올렸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른 궤적이 실제로는 다른 차원의 반복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
내 생각을 정-반-합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하나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반박해보고,
다시 더 넓은 자리에서 사고를 재구성하는 일.
그 사유의 왕복운동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읽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는데
이상하게 그 복잡함이 기뻤다.
생각은 늘 선형으로 자라지 않는다.
때로는 흔들리고, 부딪히고, 되돌아가면서
오히려 더 깊어진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진보를 부정하는 책’이라기보다
‘진보라는 말을 더 정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으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독서야말로
사유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아주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슬라보예 지젝을 읽는다는 것은
깊은 사유, 그리고 기쁜 사유를 선물해주는 일이었다.
🌌 @woojoos_story 진행 #우주클럽_철학방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제공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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