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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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 문예춘추사

☕️
어떤 문장들은 ‘읽는다’기보다 받아드는 것 같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은
부제목 그대로,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고독의 언어를 가장 정직하게 쓰는 헤세라는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헤세의 작품 세계는
흔히 “내면으로의 길”이라는 말로 요약되곤 한다.
하지만 그 내면은 결코 감상이나 도피가 아니다.
헤세가 평생 추구했던 것은 낭만적 위로가 아니라
정신의 훈련에 가까웠다.

한 인간이 불안, 죄책감, 상실, 우울, 고독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다시 빚어가는 과정.

그래서 《데미안》의 ‘알’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니라
자기 안의 세계가 깨지는 통증을 전제하고,
《싯다르타》의 길은
정답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모든 정답을 ‘벗어나는’ 과정이며,
《황야의 이리》의 고통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신세 한탄이 아니라
자기 분열과 통합을 둘러싼
냉정한 해부에 가깝다.

그런 헤세가
이 책에서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같은 핵심을 말하는데도 어조가 다르다.
쇠붙이가 아닌 손이다.
논증이 아니라 체온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다른 헤세보다 따스하고 정감 있고, 술술 읽혀서 좋았다.

이 지점이 내게는 중요했다.
왜냐하면 헤세의 ‘따뜻함’은
현실을 부정하는 달콤함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온기이기 때문이다.
헤세는 삶을 “견딜 만하다”고 말할 때에도
그 견딤이 얼마나 잔인한지
너무 잘 아는 사람처럼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믿게 된다.

이 책은 고급스러운 문장들과
아름다운 말로 내 고통을 지우려 하지 않겠구나.
대신 고통을 품은 채로 나를 살려내려 하겠구나.
하는 마음에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힘든 시절을 끝내는 방법”이 아니라
“힘든 시절을 견디는 윤리”로 읽었다.
견딘다는 것은 참는 게 아니라,
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오늘을 통과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헤세는
그 기술을 늘 ‘정신의 품위’로 연결해 왔다.
삶이 흔들릴수록
내가 나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나를 미워하며 버티는지, 아니면 나를 살리며 견디는지.

읽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있다면.
헤세가 너무 “크고 깊어서” 오히려 멀게 느껴졌다면.
나는 이 책이 좋은 입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헤세의 사유가 여전히 담겨 있는데,
그 사유가 문 앞에 서서 기다려주는 느낌으로
굉장히 다정하다.

헤세와 대화를 나누며 내게 던지고 싶은 한마디는,

“정답을 찾지 말고,
오늘은 그냥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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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b_mom 단단한 맘
@wlsdud2976 하하 맘
@moonchusa 문예춘추사

* <단단한 맘과 하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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