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카트린 벵사이드.장이브 를루프 지음, 박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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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 | 열림원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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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착각과 흔들림을 조용히 들춰 보는 책이다. 내가 향하고 있다고 믿는 사랑의 대상이 정말 ‘그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인지, 더 나아가 사랑이 타인을 향한 마음인지 결국 나 자신을 지키려는 욕구인지까지.

이 책은 그 오래된 질문을 차분히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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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인상적인 지점은 ‘저자가 둘’이라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두 저자의 문장은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단정적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며 보완하고, 때로는 아주 조금 어긋나기도 하면서, 다시 만나고 이어진다. 그 흐름 자체가 사랑과 닮아 있다. 사랑이란 결국 혼잣말이 아니라 대화이고, 완벽한 합치가 아니라 끊임없는 조율이라는 사실을, 독자는 책의 형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사랑을 한 문장으로 닫아버리기보다, 여러 목소리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사유의 과정’으로 열어 둔다는 점이 이 책의 결을 만든다.

각 장은 성경 구절로 문을 연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서 정답을 내려주는 망치가 아니라, 생각을 시작하게 해주는 작은 표지(북마크)에 가깝다. 그래서 종교적 색채가 의외로 옅게 느껴진다. 구절이 결론을 강요하기보다, 마음과 관계를 바라보는 방향을 살짝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는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경을 사랑의 경험을 비추는 윤리적 언어로 받아들이며 다양한 사랑의 관점을 비교하고 천천히 고찰할 수 있다. 종교 내부의 이야기로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누구나의 관계로 확장된다는 점이 이 구성의 장점으로 남는다.

책이 계속해서 겨누는 핵심은 ‘대상에 대한 오인’이다. 우리는 종종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내게 주는 안정감, 인정, 혹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사랑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죄책감이나 도덕적 비난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것이 구조적으로 그런 착시를 품기 쉬운 감정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그 위에서 더 정직해지는 길을 찾는다. 사랑은 타인을 향하지만 동시에 내 결핍과 욕망을 비춘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는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관계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타자를 타자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같은 질문들로 이어진다.

이 책의 미덕은 사랑을 ‘뜨거움’이나 ‘순수함’ 같은 말로만 포장하지 않는 데 있다. 사랑을 지탱하는 것은 감정의 강도라기보다, 인식의 정직함과 관계를 다루는 태도라는 점을 반복해서 확인시킨다. 헌신과 자기소거의 경계, 열정과 집착의 경계, 친밀감과 통제의 경계가 어디에서 무너지는지 차분히 짚어 주며, 독자는 자기 관계의 패턴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성경 구절이 제공하는 윤리의 언어는 ‘사랑을 느끼는 마음’보다 ‘사랑을 살아내는 방식’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은 느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고, 상태가 아니라 연습이며, 한 번의 고백이 아니라 반복되는 책임이라는 관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의 중심에는 “타자를 타자로 두는 힘”이 있다. 상대를 내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 삼지 않는 절제, 상대의 고유함을 존중하는 마음. 사랑은 상대를 ‘내가 이해한 만큼만’ 존재하게 만들려는 충동과의 싸움이고, 내가 다 알 수 없는 부분을 견디는 인내의 기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그는 누구인가?』는 성경을 출발점으로 삼되 종교적 확신을 강요하지 않고, 사랑의 인식과 윤리, 그리고 실천을 다층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관계 에세이로 읽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남는다. “사랑한다”는 말의 진정성은 감정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타인을 얼마나 정확히 바라보려 하는가, 그리고 그 관계를 얼마나 책임 있게 다루려 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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