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문 자리 - 성(性)의 그림자, 사랑의 빛
고석근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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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머문 자리 | 고석근 지음 | 행복우물 출판사

☕️
이 시집의 문제를
단순히 “노골적이다/아니다”로만 정리하면
핵심을 놓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너무 이분법적으로 구성된다는 점,
그리고 에로스적 사랑을 말하면서도
끝내 남녀 간 사랑만을 중심축으로 두는 방식은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지점은 해석의 갈림길이 생긴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시집은 리비도(성적 에너지)와 욕망을
사랑의 핵심 동력으로 강하게 밀어붙인다.
욕망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문장은
억압을 흔들고, 금기와 위선을 폭로하는 힘을 갖는다.
동시에 욕망이 관계의 전부가 되는 순간,
타자는 ‘만나는 사람’이라기보다
내 충동을 비추는 대상으로 기능화될 위험도 커진다.
이 시집은 그 경계 위를 자주 걷는다고 느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긴장감을 흥미롭기보다 피곤하다고 느낀 쪽이다.

융의 언어로 옮기면
사랑은 성별 역할의 고정이 아니라
내면의 통합과 확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아니마/아니무스, 그리고 그림자의 개념은
우리가 타자에게 끌릴 때
사실은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발견하려는 과정이 섞여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사랑을 특정한 성별 구도와
단순한 이분법으로 좁혀버리면,
사랑은 성장의 통로가 아니라
반복되는 각본이 되기 쉽다.
이 시집은 때때로 그 ‘각본’의 안전지대에 머문다.

아들러 관점으로 봤을 때,
사랑의 언어가 관계를 어떻게 조직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사랑이 소유, 우위, 승패로 기울어질수록
관계의 수평성은 무너지고
‘함께 살아가는 감각(공동체 감각)’이 희미해진다.
반대로 성과 사랑을 말하더라도
그 안에 상호성, 존중, 협력이 담기면
에로스는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 될 수 있다.
이 시집은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순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쪽으로 경도된 경향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시집은 “욕망을 말한다”는 사실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어떤 독자에게는 솔직하고 공격적인 에로스의 시로서
해방감을 줄 수 있고,
또 어떤 독자에게는 사랑을 지나치게 좁히고
성별의 틀에 가두는 텍스트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을 말하는 방식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시집이 머문 자리는
‘정답’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기준을 더 선명히 확인하게 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
@gbb_mom 단단한맘 님
@wlsdud2976 하하맘 님
@happypress_publishing 행복우물 출판사

🌿<단단한 맘과 하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시가머문자리 #고석근 #행복우물출판사
#단단한맘_하하맘_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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