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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배경은 캄보디아의 프놈펜이다. 살면서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 간 적이 한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 캄보디아의 이미지가 상상되고, 원더랜드의 분위기도 짐작된다. 이렇게 내가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작가가 실제로 8개월 동안 프놈펜에 가서 경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작가님의 문장도 부분부분 공감도 가고 유쾌하고 너무너무 좋았다. 작가님의 첫 소설이란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즐겁게 읽었고, 원더랜드가 실존한 공간이었다면 나도 그곳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 정도였다.
책을 처음 폈을 때, 고복희라는 인물을 마주했을 때의 심경은 '독특하다'였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인물은 '원칙'에 따르는 사람인데, 주변 사람들은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나조차도 그렇다. '뭐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거 아닌가?'란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복희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계속 책을 읽고 나갈 때 즈음, 작가님의 러브레터가 발송되었다. 그 내용은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도 덮게 되면 소설 속 인물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라는 기분 좋은 말이었다. 나는 작가가 자신이 쓰는 소설의 인물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쓰고자 했던 그 노력이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마법처럼 나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인물들에 대한 공감도 느꼈다. 그렇지만 김인석이라는 인물의 폭력성은 이해해 줄 수 없었지만 말이다.
고복희라는 인물이 부당한 장면에 원칙을 깨는 모습은 너무도 사이다였고, 역시 사람은 원칙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칙은 지켜야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원칙이 부당하거나 잘못된 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깨도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의 개개인의 사정과 그들의 관점을 하나하나 알 수 있어서, 주인공만 기억되는 소설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앞으로도 작가님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설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문은강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정말 힐링되고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올해의 소설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이 책을 선택할 정도로, 그만큼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과 이 책을 알게 되면 정말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