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박재은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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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과 자유가 흐르는 파리의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다. 거기다 파리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낸 아름다운 글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책을 읽으며 파리 이곳저곳을 소개하고, 그 장소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글을 읽을 때, 단순히 상상만할 필요가 없다. 친절하게 한컷한컷 담아있는 사진과 함께 작가의 눈으로 파리여행을 할 수 있다. 도시 전체가 큰 갤러리 같다는 예술의 도시 파리의 모습을 그곳을 거쳐간 과거의 미술가, 작가, 음악가들이 이야기까지 잘 곁들여 놓았다. 파리의 과거와 현재의 그 특유의 창백하면서도 감미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남에게 보이려고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 그것이 파리에 사는 이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이다.” P.8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던 이름만 익숙한 명소, 지역들부터 파리 사람들도 잘 모를 골목 귀퉁이, 좁은 동네거리까지 구석구석 독자들을 끌고 다니며 구경과 체험을 시켜준다. 풍경부터 그곳의 특징, 역사, 브랜드 쇼핑숍들의 소개까지 자세하고 섬세하다. 파리에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에펠탑과 와인이다. 고집스러움과 정교함으로 만들어내는 최고급 와인을 전 세계 와인열풍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후반부에는 와인의 산지에 직접 찾아가 와인에 대한 향긋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파리의 대표적인 맛집과 요리들을 소개하며 파리와 역사를 함께한 레스토랑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속에 빠져드는 나는 블로뉴 숲에서 한가로이 독서를 즐기기도 하고, 방브 벼룩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며 파리의 중심에 서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도시 파리, 나는 한번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에 한껏 취한 기분이다. 파리는 낡은 도시다. 그러나 그 낡음을 사랑하고, 트렌드로 바꾸는 세련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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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의 등불
닐 기유메트 지음, 정성호 옮김 / 성바오로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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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에 1000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다는 예수회 사제이자 오랫동안 신약교수를 지낸 닐 기유메트 신부의 책이다. 어두운 세상에서 내 발밑을 비춰주어 이끌어주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 책을 펼쳐들었다. 25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엄숙하기만한 다른 영성서적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 있다. 때로는 위트가 넘치고, 때로는 소설 같은 이야기들 속에 들어있는 강력한 메시지는 현대인들이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독교적인 뻔한 이야기들이 아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에 대한 지혜를 현대적인 에피소드로 재해석하였다. 지금의 이 시대와 눈높이를 맞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25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천사 미니멜’이다. 완벽하지 못한 천사 미니멜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하나님께 소멸시켜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미니멜에게 그 존재이유와 고유성을 일깨워주신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급증하는 우울증과 자살은 현대의 어두운 단면이다. 하나님의 말씀처럼 하늘아래 똑같은 피조물이 없듯이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우주를 이루는 한부분이며 소중한 가치가 된다. 삶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하루하루를 기쁘게, 값지게 살아내야 한다.  

 세상은 정치, 사회 등 부패가 끊이지 않고, 우리의 삶 또한 타락의 길로 접어든지 오래다. 참과 거짓을 구별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 시대에 우리의 참이 되어주시는 하나님을 깨닫고, 선으로 항상 우리를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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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의 등불
닐 기유메트 지음, 정성호 옮김 / 성바오로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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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세상에 내 발밑을 밝혀줄 위트넘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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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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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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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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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내가 읽어 본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에는 거의 다 얼마 되지 않는 등장인물과 단순한 구조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뒤틀린 인간상이 제시된다. 하지만 그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는 강력하고, 허를 찌른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야수성을 간직한 채 멀쩡한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사는 것은 아닐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우리는 내안의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는 상반되는 두 쌍의 노부부가 등장한다. 어렸을 적부터 서로를 유일하게 지극히 사랑하며 평범하게 살다가 남은여생을 보내기 위해 시골로 이사 온 부부, 그리고 그 이웃인 장애를 가진 부인과 성격이상의 의사부부가 그들이다. 고등학교 교사로 행복한 삶을 살아온 에밀은 오후 네시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덕분에 점점 자괴감으로 내면이 무너지게 된다. 부당함에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고, 평생의 자신의 모습과 삶은 하찮고 지루한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삶 자체가 불행인 이웃남자의 고통을 점점 이해하게 된다. 삶으로부터 탈출할 시간만 기다리며 사는 남자의 불행에 공감한 에밀은 자신안의 또 다른 나를 끌어내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에밀은 평생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그 자아가 흔들리고, 내면에서 파괴되고 만다. 오후 네시의 방문이라는 단순한 사건에서 출발했으나 그 끝은 한사람의 정체성마저 바꾸어 버리고 만다. 

 동화 같은 전원에서 완전히 다른 두 집의 대조는 부부만큼이나 두드러진다. 평온하고 사랑이 넘치는 집과 더럽고, 악취 나며, 사람이 살기 힘든 집의 대조는 우리 내면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익숙해져 있을 뿐 반드시 지금의 자신이 확실한 나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자신 안에 갇혀있는 남자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 안에 갇혀있는 남자. 그들은 곧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은 언제나 우리에게 삶의 핵심적인 물음표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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