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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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 동티모르. 동티모르라면 내전을 겪은 가난한 나라라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조금은 낯설다. 동티모르는 여행지로 유명한 곳도 아니고, 두드러진 특징도 없다. 적당한 사전지식도 없이 이 책을 통해 동티모르 도심 한가운데로 떠나본다. 

  2002년 독립 후 동티모르의 조용한 하루하루를 조금씩 단편적으로 사진과 함께 담아놓았다. 초반에 작가는 ‘딜리’라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글과 사진을 전한다. 광활한 풍경이나 특이한 생활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없지만 오히려 동티모르에 그 어떠한 편견 없이 투명하고 담백하게 바라보려하는 작가의 시선이 맘에 든다. 그리고 작가는 중반을 지나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가이드와 함께 딜리를 벗어나 동티모르 지방 이곳저곳을 다닌다. 포르투갈의 식민지배, 인도네시아의 침공, 내전 등등 아픈 과거사로 얼룩진 동티모르지만 현재 동티모르의 도심 속 일상은 평온하기만 하다. 사진속의 가난하고 배고픈 동티모르인들의 눈빛은 오히려 잔잔하고, 고요해 보인다. 책속의 글들은 여행 중 끄적거린 메모처럼 짤막하다. 하지만 그 짤막한 글들은 여행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려는 여행에세이들보다 오히려 마음에 와 닿는다. 글과 사진으로만 읽는 독자들은 그곳의 느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건조한 듯 침착한 이 책은 그곳의 표정을 잘 담아내었다.  

  동티모르의 사람들, 그리고 생활풍경은 그곳이 과거사로 얼룩진 나라, 가난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나라가 아닌 그저 사람 사는 곳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판단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강요되고 학습된 우리들의 행복, 욕망인지 행복인지 구분도 희미한 그 경계에서 우리는 내려놓지도, 더 갖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산다. 그래서일까. 동티모르인들의 꾸밈없고 소박한 삶이 가진 것 없어도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천성이 낙천적인 동티모르 사람들은 과거의 아픔도 일상의 가난도 모두 내려놓고 오늘을 감사하며 행복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동티모르뿐만 아니라 내안의 나를 만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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