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1 - 제국의 부활
박문영 지음 / 평민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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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말 격동의 시기에 대하여 거론될 때마다 언제나 조명 받는 것은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이나 대원군과 황실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이 모든 일을 겪어내며 꺼져가는 나라의 운명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고종임금이 있었다. 이 책은 고종이 막 임금이 되었던 시기부터 을미사변, 아관파천은 물론 일제의 식민치하의 황실까지 역사적 정황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희미해져가는 조선과 침략해오는 열강들과 일본 앞에서 일반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황실의 치욕과 수난 역시 상상을 넘는다. 

 대원군은 우연히 사도세자와 정조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금괴를 후손을 위해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경복궁을 재건해 지하 비밀 창고에 보관한다. 그 비밀은 고종과 의친왕에게 전해져 조선의 독립자금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광복 후 황실의 명맥이 끊기며 상당수가 사장되고 만다. 상당히 근거 있는 역사적 정황들로 미루어 추측된 가설을 토대로 쓰인 이 소설은 역사적 사건들과 맞물리며 재미를 더한다. 또한 우리나라 정신가치의 근간이 되는 황실의 재해석에 큰 도움이 되는 소설이다. 우리는 일제의 식민사관에 물들어 지금도 구한말의 황실은 속수무책으로 일본에 나라를 고스란히 바친 왕조로 오해하고 있으며, 고종은 무능한 왕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젊었을 적에는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싸움에 마음고생을 하고, 개화기에는 대신들의 세력다툼에 치이다가 우유부단하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왕쯤으로 치부하지만 사실 그 시기 고종의 활약은 많이 왜곡되어 있다. 실제 고종은 독립투쟁을 적극지원하고, 일본의 침략을 외교로 해결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독립투쟁의지가 남달랐으며, 일본인 앞에서도 늘 당당했던 의친왕, 좌우익으로 분열되는 대한정부수립 이후에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채 초연함을 유지한 영친왕이 있다. 물론 굴곡 많던 시기에 좀 더 대비하지 못하고, 잘못 판단한 경우도 반드시 있다. 하지만 이제 고종, 의친왕, 영친왕등 황실에 관해 차가운 시선이 아닌 역사의 희생물이자 의연했던 우리의 조상으로 보는 성숙한 시각과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말살시키려 했으나 결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바로 우리의 정신가치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구심점이 되었던 황실이 있었다. 우리가 바로 이 정신가치를 지키려하는 마음,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 의식이야말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경복궁 금괴보다 더 소중한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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