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종말 - 인간은 똑똑한 기계를 원하지 않는다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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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반드시 편리함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오산이다. 테크놀로지의 한계는 바로 여기에서 온다. 고대 호모사피엔스 시절부터 현대까지 기술의 발전을 집약적으로, 또한 광범위하게 훑어볼 수 있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저해하고, 또는 촉진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그래서 나 같은 기계치들도 테크놀로지의 발전과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쉽고, 테크놀로지 분야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딱딱한 기술적 이야기가 아닌 테크놀로지의 교차되는 희비를 재미있게 풀어놓아서 무엇보다 친근하고 어렵지 않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미래 방향을 예상해볼 수 있다. 테크놀로지의 번영과 쇠퇴를 생물의 종의 진화과정으로 비교분석한 점이 흥미롭다. 또한 우리 인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해 우리 일상속의 테크놀로지의 이면을 새롭게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척척 알아서 해주는 가전제품 등 어렸을 적부터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첨단이 절정이었다. 또한 그런 날이 꼭 올 것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고 살았다. 하지만 현재 그런 기계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술의 수준은 이미 그 단계까지 와있지만 인간들이 그것을 꼭 환영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많은 기계와 첨단제품이 발명되고 출시되었었는지 나는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능이나 진화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사장되고 말았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기계과학의 대표적 산물들이 탄생하고 발전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항공기, 자동차 등이 개발되고 또한 사라져갔다. 가장 중요한 문화적 욕구와 충돌하며 우리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첨단기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 마치 과학박물관에 다녀온 듯 구경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얼굴을 보며 전화 통화 할 수 있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화상전화가 휴대폰의 부가기능쯤이 되어버렸다. 나또한 개인적으로 화상전화가 그리 달갑지도 않고, 쓰고 싶지도 않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완벽한 기술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활양식과 원하는 욕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인간미가 전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고, 사람들은 반드시 편리함만을 쫓지도 않는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웰빙 경향과 조깅 열풍만 봐도 굳이 수고로움을 들여가며 사는 방식이 오히려 환영받는 시대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존중과 이해이지 인간을 밟고 서려는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작은 기계 속에 수백권의 책이 들어가는 전자책은 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혁신이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도 종이로 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종이로 된 책을 읽어야 진짜 독서하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앞으로도 적당한 불편함을 감수하며 고집스럽게 옛날방식을 남겨두려 할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종말은 인간의 이런 마르지 않는 감성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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