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 권행백 소설집
권행백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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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깎은 달>-서귀포 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어멍을 원망하지 않는댄 허멍, 가이가 죽 그릇에 눈물을 뚝뚝 떨구더라고. 내 숟가락질이 기냥 느려지는디…. 죽을 다 먹이고 나면 보내야 할 자식이라. 가이 얼굴을 꼼꼼히 눈에 새겨 넣었어. 가이도 눌러 붙은 냄비 바닥을 천천히 긁더라고. 아주 처언천히. 숟가락 지나간 자리를 긁고 또 긁고…. 그 소리가 내 가슴 속을 후비고 또 후비고…(후략)."-바람이 깎은 달 P.65

 

제주 4.3과 재일교포 간첩단 조작, 그리고 연좌제로 몰아 아들 마저 앗아간 국가 폭력 앞에 무기력했던 할망의 삶과 자본주의의 한 가운데서 삶의 터전과 현대 문명의 이기에 아들을 잃은 주인공 화자의 삶을 연결시킨 플롯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먹먹하게 아로 새겨진다.

 

<악어>-전태일 문학상 수상작

 

노동과 자본, 권력과 착취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인간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를 마치 우화와 같이 그려냈다. 거대 담론을 우화를 쓰듯 풀어낸 저자의 솜씨가 자못 경이롭다. 파푸아뉴기니를 배경으로 소수 부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마치 영상을 보듯 빨려 들어간다. 저자 후기에서 쓴 대로 발로 쓴 소설이 아니라면 묘사하기 힘든 장면이리라. 거기에 개성공단을 대입시켜 현재형의 남북관계 마저 소설에 녹여낸 이야기 솜씨가 작가의 상상력을 돋보인다. 영상으로 재현되어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샤이 레이디>

 아버지의 흔적을 쫒아 미얀마 산속 부족으로 들어간 아들의 눈을 통해 자본주의 폐해와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며 신자본주의에 벌겨벗긴 채 내몰린 우리네 퍽퍽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제대를 앞두고 3학년 2학기 복학의 꿈에 젖어 있던 내게 아버지의 온라인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복학 후 아르바이트로 한 학기를 버틴 끝에 내린 결론은 졸업 포기였다. 아버지는 그 기억을 아프게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앞에서 아버지를 자주 비난했지만 나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표독스럽게 덤벼드는 쪽보다는 숫기 없이 당하기만 하는 쪽에 나의 동정심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언젠가는 떠날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상가 사기 분양 사건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샤이 레이디, 220쪽

권행백 작가의 향후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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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 권행백 소설집
권행백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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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더라?? 맞다. <이기적 유전자 사용 매뉴얼>을 쓴 권용주 작가이다. 특이한 이력에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예 행복한 백수를 의미하는 ˝행백˝으로 필명을 삼고 소설가로 전업했다. 내공과 필력과 재미와 의미가 그의 소설에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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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을 위한 이단의 경제학 - 되짚어 보는 지구촌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박양수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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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로 향해가는 현대 금융자본주의를 해부하고 인간의 경제학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주류 경제학이 외면했던 "이단의 경제학"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인류의 생존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아름답다.

 

더군다나 저자는 경제학자이자 현직 한국은행 임원으로서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공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의 노동과 임금의 문제. 이민과 기본소득의 문제 등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 등으로 나타난 극단적 우경화 사회로의 회귀를 경고하는 동시에 참다운 삶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우울한 한국의 현실에서 중앙은행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이러한 책을 저술할 수 있는 저자의 용기와 혜안에 경의를 보낸다. 저자의 제안이 향후 전개될 한국 사회 변화에 주요한 논의의 장에 펼쳐지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과 제래미 리프킨이 얘기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 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는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적 변혁의 에너지가 차고 넘치는 작금의 한국적 현실에서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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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종말 - EU는 운을 다했는가
얀 지엘론카 지음, 신해경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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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난민사태 등에서 보듯, 유럽연합이 처한 오늘의 현실을 각 회원국들의 국내 정치상황까지 냉철히 분석하여 미래 전망을 제시하였다. ˝유럽연합의 종말˝이지만 실은 정부간주의를 넘어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영역들의 연대를 강화함으로 유럽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인식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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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세월 - 사라진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
주하아린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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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폈으나 얼마 읽어내리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격정과 슬픔으로 분노와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의 기억이 무거운 편린으로 되살아왔다 사실 그보다 더 슬픈 것은 짧은 기간 동안 일상처럼 오늘을 무의식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내 모습에 화가 난 터일 것이다.다시 용기를 내어 책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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