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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 - 삶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여는 법 데이비드 호킨스 시리즈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문진희 옮김 / 판미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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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적 세계에 대해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책을 들추어 보았으나, 내가 찾으려 했던 것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 읽게 된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나의 눈]은 이전의 책과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특히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는 사실이 신뢰감을 주었다. 적어도 호킨스 박사라면 모호한 말로 변죽만 올리다 끝나는 책의 저자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내게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1부는 ‘신의 현존’이란 주제로 시작한다. 어떤 것도 고요한 상태를 어지럽히지 않고 평화를 깨뜨리지 않는다. 움직임이 일어나기는 해도 그 움직임은, 움직임 너머에 있지만 움직임마저 포괄하는 움직임 없는 고요함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아직 나는 이런 상태를 맛보지 못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나간다. 읽어 나가는 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생각할 거리다. “신에게 내맡기는 것을 제외한 모든 동기를 버리고자 하는 자발성은 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부터 일어난다. 깨달음이 아니라 신의 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신의 사랑의 완벽한 통로가 되려면 완벽하게 내맡겨야 하고 영적인 자아의 목표 추구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기쁨 그 자체가 영적인 노력의 기폭제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무엇을 깨달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신의 종이 되는 것’과 ‘기쁨 그 자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직 내게는 쉽지 않다. 그래도 잠잠히 호흡을 내쉬며 따라가 본다.

 

신의 현존을 체험하려면 에고 즉 자아를 해소해야 한다. 우리는 에고에 “너무나 많은 것을 투자한 탓에 버리기에는 몹시 아까운 것으로 보인다.” 가끔은 경제적 효율성을 삶의 영역에까지 끌어다 놓는 나 자신, 사소한 것들이 아까워서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것을 놓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런 내 실상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삶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빵 부스러기를 얻기 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저자가 말한 대로 “후회할 과거도 두려워할 미래도 없”는 평화가 내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그래도 여전히 이기적인 나를 어찌할 것인가. 저자는 마음에 관해 “생각들이 사적인 것이자 소중한 것이고, 자아에 속한 것이거나 자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따라 나도 내 생각 속에서 아주 오래된 ‘내 것’이라는 인식을 깨버리고 싶다.

 

그렇다면 이 세상을 피해 어디 산속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덫이 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집착이나 진리에 대한 참구(參究)를 가리는 자신의 관찰들”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이 세상에서 세상 아닌 것들이 있겠는가. 그래서 내게는 이 책이 더 각별한 것 같다. 세상에서 지속적으로 참고하며 영적 세계를 알아갈 수 있으니. 저자는 신의 본성에 관해 설명하면서 “현존 속에서 모든 시간관념은 사라지며,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평화의 핵심적인 측면이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을 읽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궁리해 본다. 나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인데,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상태를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 고질병 그러니까 조급함을 다스려야만 한다.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이 있냐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무엇 무엇에 관해 알려고’ 하지 말고 ‘앎’을 구하십시오.” 이 대목을 읽는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실상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은 있었어도 그 관심은 늘 ‘무엇 무엇에 관해 알려’는 데에만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의 내면에서 ‘나는 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바로 그 진술에 의해 그것이 거짓임을 입증”한다고 말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읽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중요한 지침이다. 나는 무엇을 읽고 나서는 그것을 알았다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지침에 따르면 그것은 교만이다. 마음을 항상 낮은 자리에 두어야겠다. 저자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에 따르면 “교육은 생각의 흐름에 신뢰할 만한 요소를 부여해 주고 따라서 행동의 흐름에도 신뢰성을 부여해” 준다. 그러나 교육을 받는다고 모두 다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교육을 통해 나 자신을 바꿔보려 했던 내 노력의 결과가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은 두께가 만만하지 않은 만큼 내게는 저자의 말 전체가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영적인 것들에 관해 “흥미를 갖는 사람들은 결국 깨닫게 될 공산이 크다”는 저자의 말이다. 저자가 영적으로 성숙해진 사람들에 관해 통계적으로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미덥기도 하다. 정말이지 영적 세계를 모르고 살아간다면 내 인생의 마지막에서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며 후회하게 될 것만 같다. 급한 마음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얻으려다가 실패하지 말고 “나날의 삶 속에서 그저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 정도도 수행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오늘부터 해봐야겠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영적 세계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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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씨와 족보 이야기 - 족보를 통해 본 한국인의 정체성
박홍갑 지음 / 산처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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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족보를 굳이 살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족보를 살피는 일은 구태의연한 것이라고만 치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이 족보에 관심을 주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한국인들의 성씨와 족보의 여러 가지 양상을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족보를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보학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 족보를 중요시 했기에, 족보를 추적하는 일은 당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족보가 처음 등장하던 모습을 살펴보면 이렇다. 15~17세기 중반에는 친손이나 외손을 구분하여 족보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15세기 후반에 기록된 족보를 보면 외손이 오히려 90%가 넘기도 했다는 것이다. 고려말기과 조선초기에 부계와 모계의 구분에 크게 무게를 실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아들과 딸이 차별 받지 않고 상속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17세기 말에는 족보가 남성 중심 계보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사회변동이 급격해지면서 자기 조상의 위상을 높여서 이것으로 사회적 위신을 세우려는 풍조가 나타나게 된다. 재밌는 것은 통계적으로 조선 전기에 나타난 본관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 수가 1000여 개 정도 감소했다는 점이다. 남들이 보기에 초라한 본관을 가진 이들은 자기 본관을 버리고 남들의 본관으로 위조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우리 가문의 족보에는 위대하다고 말할 만한 인물이 실려 있지 않다. 중학생 때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무리 족보를 뒤져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훑어봐도 대단한 조상님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시 내 좌절감이 조선시대 평민들이 족보를 위조하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족보를 보며 위대한 조상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어쩌면 헛된 자기위안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우리 조상들이 족보를 통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 보는 일은 결코 의미가 없지 않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고단했던 삶에서 자기 조상을 높임으로써 자신을 위로해보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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