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 산책 -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
윤재웅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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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문 산책


  


 

좋은 여행자는 공간을 새롭게 탄생시킨다고 말하는 저자는 걸으면서 새로 태어나는 기분, 거듭난다는 느낌. 걷기의 인문학이 망르 걸어오곤 했다는 유럽의 이야기는 아직 유럽을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 흥미롭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분명 유럽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유럽을 말하고 있는데 '정지용의 향수'의 싯구절이 나오고 '정현종의 섬을 언급하며 미당 서정주가 나온다.시인 김영랑과 이형기는 어떤 사유로 유럽이야기에 등장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다.

비온 뒤 개인 정원을 조용히 산책하듯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하듯 그렇게 나즈막히 읊조리는 문구들이 정겹고 편안합니다. 유명한 여행프로그램중에 '걸어서...속으로'라는 프로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아니면 곁에 있는 이가 편안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여기저기를 들러서 소개해주는 장면장면이 맛갈스럽고 개인적이어서 독특한 느낌이 나듯 이 책도 그렇다.

눈을 마주친 순간, 한 시간 이상 서로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눈동자가 크고 아름답습니다. 아쉬운 듯 애잔한 듯 총명한 지혜가 브끄럽게 숨어 있는 눈입니다.  콧날은 아담하게 오똑하고 얌전합니다. 치아가 살짝 보이게 벌어진 입술. 소녀답지않게 붉어서 고혹적입니다. 무슨 빛이 찾아들어 그곳에 노크를 한 것인지 아랫입술 한 가운데가 촉촉히 빛납니다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거듭난다는 뜻이 아니겠는지요.  다시 태어나기! 종교적으로는 부활이자 해탈일 테지요. 나무 인 피오키오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이야기는 결국 모든 인간도 거듭나야 한다는 교훈담인 셈입니다. 품격이 다른 인간, 차원 높은 삶을 지향하라는 권고이지요. 이래서 이 동화는 무명의 어둠에서 헤매는 모든 사람들이 눈 밝혀 읽어야 할 지혜서이기도 합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우체부의 자전거 바큇살 사이로 햇빛과 바람이 쏟아져 흐르는 곳.
살리나섬.  시원하고 예쁜 이름은 '나를 살리는 섬'처럼 들립니다. 살리나섬은 지중해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돋아 있습니다.


오밀조밀한 공간. 구불구불 미로 같은 길. 2층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냄새. 층계참 끝에 놓인 구식 타자기. 피아노와 삐딱한 사다리가 함께 놓여 있는 곳.  '제 주인공은 매력적이지요!'라며 서가의 책들이 도란거리느 곳. 문학의  토끼굴 같은 곳에 웅크리고 잠든 고양이 여인 애지. 여기가 바로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입니다. 시테섬 근처 센강변 거리에 있는, 파리에 있지만 파리보다 더 가고 싶은 책들의 고향이지요.

 


미사가 끝나면 옆 사람을 포옹하며 감사와 축복의 인사를 나눕니다. 활짝 꽃핀 젊은 스페인 아가씨가 저를 안아줍니다. 저도 얼결에 낯모르는 옆 사람을 안아줍니다. 누군가에게 축복받는 일.눈군가를 축복하는 일. 행복 찾아 멀 헤맬 일이 아니네요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온몸이 따뜻해집니다. 오래 닫혀 있 인류애의 문이 열리는 지금 여기! 행복은 축복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문득 깨칩니다.


유럽을 처음 가는 사람이나 새롭게 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은 글 곳곳에 녹아있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조금은 경계의 날을 세우고 무언가 벽을 높여 서먹하기만한 사람들을 보며 우울감을 느낄수 있는 코로나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을만큼, 봄 볕 햇살만큼 포근한 작가의 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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