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김민식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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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은 인생에 대한 예의다'

메가폰 든 자객 김민식 피디로부터 배우는 세상의 악당들에게 웃으면서 한 대 날리는

책 표지의 정말 무언가에 항의하듯 고함치는 남자가 인상적이다. 그래서 궁금했고 기대가 되었다.

이분이 바로 저자인 김민식 피디다.

알지 못했을 때에는 누굴까 정말 리얼하게 표정을 잘 잡았다 싶었는데...

이분의 인터뷰나 지난 이야기를 보니 이 표정은 지나온 삶의 극히 일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화방송] 김민식 피디는 2012년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맡아 파업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본업에서 7년간 배제되고 직장에서 탄압받았다. 한창 일해야 할 40대를 “김장겸 퇴진” 등을 외치며 회사 정상화에 바친 것이다. 그런데도 “나쁜 놈들 기분 나쁘라고 회사에서도 항상 웃으며 다녔다”니 말 다했다. 그 과정을 담은 책의 부제마저 이렇다.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문과 지망생이었지만 아버지는 남자는 무조건 공과대학을 가야 한다며 그를 공대에 밀어넣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업사원이 된 그는 거절당하기 일쑤인 영업노동의 고통을 영어공부를 낙으로 이겨냈다. 어학연수도 다녀온 적 없던 공대 출신 영업사원은 맨땅에 헤딩하는 자기만의 공부 비결로 동시통역대학원에 합격했다. 해외동포 출신, 조기 유학자가 넘쳐나는 대학원에서 그는 생활영어를 익히기 위해 <프렌즈> 같은 미국 시트콤에 빠져 살다 급기야 시트콤을 만드는 예능 피디가 되겠다며 문화방송(MBC)에 입사했다. <뉴논스톱>으로 명성을 얻은 뒤 드라마 피디에도 도전해 <내조의 여왕> 등으로 자리를 잡던 그는, 노동조합 활동과 파업에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김재철의 전횡은 “파업하는 것보다 방송 만들어서 시청자를 재미나게 해주는 게 최고의 공익 아닌가요?”라던 자칭 ‘딴따라 피디’인 그마저 노조 부위원장을 맡게 했다.  


파업 이야기가 유쾌해봤자지 싶은데, 재미까지 챙겼다. “노는 게 제일 좋다”는 그는 파업 때 홍보 영상 ‘엠비시(MBC) 프리덤’을 만들고, ‘파업 콘서트’를 열었다. 그 과정을 읽다 보면 마치 톡톡 튀는 예능프로그램 제작기인 양 착각하게 된다. 뜻밖에 그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라 민중가요를 따라부르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퇴진”을 목청껏 외치는 그의 잘 알려진 사진만 보더라도 저항의 DNA를 타고 난것만 같은데...... 노조 일에 관심없었던 그가 점차 ‘퇴진 요정’이 되어가는 모습에 씁쓸한 것은 왜인지.

 7년에 걸친 공영방송 정상화 싸움의 과정을 풀어놓으며, 품위와 웃음을 잃지 않고 적들과 싸울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김민식(52·사진) 피디에게 앞뒤 재지 않는 ‘겁 없는 도전’의 비결은 그때그때 즐겁게 할 수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했다고 한다.
웃으며 재미있게 다 읽고 나서 책을 덮는 순간에 왠지 모를 먹먹함은 긴 시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이라 여기며 꿋꿋하게 지켜내 저자에 대한 존경의 또 다른 표현인것만 같다. 내내 “괜찮다” 말하며 웃지만, 인생의 10년이 사라져버렸고 “사랑하는 엠비시”가 망가졌는데, 괜찮을 리가 있나. 괜찮다라는 말은 정말 괜찮지  않을 때 하는 말 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래도 여전히 남은 아픔을 다 쏟아내고 진짜 제대로 잘 걸어가보겠다는 그의 각오처럼 느껴진다. 부디 악착같이 전투적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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