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7
설재인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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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내용에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어요. 


부모님들이 원하는 대로 각각 서원외고와 서원정보고에 입학한 진솔과 해수, 두 아이는 어떻게는 참고 버텨보지만 부모님들의 강요와 압박은 심해지기만 합니다. 학교 또한 아이들을 입시와 취업의 도구로 대합니다. 외고에서는 경쟁을 부추기고 정보고에서는 교육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학생들에게 견뎌내라고만 합니다. 


절망 속에 힘겹게 살아가던 두 아이의 유일한 안식처는 두 학교를 이어주고 있는 지하통로 뿐이었어요. 바로 그곳에서 아이들은 단 하나의 소원을 말합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사라지게 해주세요.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모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주세요."(80p) 


해수와 진솔의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학교 안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과연 해수와 진솔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둘만 남은 공간에서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진솔과 해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부모님들은 끝까지 두 아이의 발목을 잡습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집착하고 아이들을 끝내 이기려해요. 비난하고 화를 내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자식에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대체 뭘까요? (229p) 


이 책의 저자는 외고 교사 출신 설재인 작가님입니다. 작가의 말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해수와 진솔 부모님들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강압적인 행동, 맹목적인 욕망에 안타까웠다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입시전쟁, 대리 수행평가, 취업률 조작, 현장실습 사고 등 외고와 정보고에서 벌어지는 학교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상처 입고 눈물을 쏟아내는 책 속 지워진 아이들의 사연이 너무나 참담하고 마음이 아픈데요, 부모의 욕망, 치열한 경쟁, 입시교육, 사회의 편견, 성공, 돈, 인맥 중시 사고 등으로 기이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키메라에 밟혀죽는 아이들과 다들 잘 크고 잘 산다고 합리화하며 눈 감는 사회를 비판합니다. 


실제로 뉴스에 보도되는 건 티끌만큼도 되지 않고 해결책은 커녕 사회에서 제대로 다뤄진 일조차 극히 드물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도피처는 과연 어디인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과연 제대로 된 부모노릇은 무엇인지 어른들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소설 딜리트. 어른들이 만들어준 미래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질문하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씩씩한 해수와 진솔의 발걸음에 응원을 보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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