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옥 해방일지 - 집안일에 인생을 다 쓰기 전에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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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집안일이 재미있었다. 

내 손으로 구석구석 닦으며 닿는대로 내가 원하는 반짝임이 일어나는 게 좋았다. 

그리고 집안일의 가장 큰 키워드는 ‘유지’였다.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이라던지, 항상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게끔 하기 위해서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널고 개어서 옷장 안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작업을 반복한다는 의미였다. 

역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더해진다는, 그러니까 물건을 구매했거나 새로운 물건을 들였다는 의미는,  반복해야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필요한 물건은 다 소비하고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다시 구매를 하고, 혹여나 과한 물건은 당근하기 시작했다.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는 책들…ㅋㅋ)


<살립지옥해방일지>는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순히 물건을 작게 유지하라는 것보다, 삶을 자꾸 새로운 것-편리한 것-으로 채우는 것보다 직접할 수 있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삶이 주는 행복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치매에 걸릴 확률은 높아지는데, 수도원에서 공동생활을 했던 수녀님들의 뇌를 보면 치매 병변이 이미 나타나 있었지만, 생전에는 치매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p.135 한편 미국의 수녀들은 놀랍게도 나이가 들어 알츠하이머가 되어도 활기차게 생활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집단 속에서 자신이 맡은 일은 착실히 하면서 환경적 변화가 적은 생활을 오래도록 이어왔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전문가는 이야기한다. 서로 도우면서 익숙하고 단출한 생활을 이어감으로써 그녀들은 인생의 마지막까지 ‘혼자서 할 일’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이 있다면 아무리 쇠약해져도 사람은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저 단순한 생활이 병을 억제한다는 게 아니다. 


p.134 사용하지 앟는 것은 쇠퇴한다. 모도 머리도. 그래서 현대의 우리 생활은 어떠한가? 편리를 추구한 결과,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점차 기계에 맡기게 되었다. 손으로 청소하지 않고 걷지도 않으며 글씨도 쓰지 않는다. 머릿속 기억을 떠올리기보다는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창을 연다. 결국 몸도 머리도 무서운 기세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건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복잡하고 많은 것으로 채우다보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한참 걸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일상에서 루틴을 만들고, 그 외에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편리함보다는 단순하게 직접 내가 몸을 움직이고 기억하는 것이 사실은 건강한 생각과 몸 더 나아가 삶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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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고 싶은 공간에서는 자연스레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찬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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