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놀이 스콜라 어린이문고 37
이나영 지음, 애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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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들 사이에서 상처 놀이라고 하는

이상한 놀이가 유행했다.

우리 학원에 다니는 얘들도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팔을 다쳤다며 손등의 상처를 보여줬는데,

처음 나에게 그 상처를 보여준 아이의 솜씨가 무척

훌륭했던 모양인지 깜빡 속아서

나도 모르게 아이의 손을 낚아채고 물었었다.

"너 어디서 다쳤니? 누가 이랬어?"

아이는 놀란 내 얼굴을 보며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으로 자기가 (검정,빨강,파랑)볼펜으로

그린 거라고 했다.

일부러 자기 몸에 상처를 그리는 그 해괴한

놀이는 그후로도 한참 동안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떠돌았다.

난 궁금했다.

대체 그 놀이는 누가 무슨 동기로 시작을 하게

된 것일까...


진짜상처와 가짜상처

어느날 가영이는 자기 팔에 그린 상처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가영이 반 친구들은 정말 리얼한 그 상처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시원이는 그런 가영이가 마땅찮다.

'무슨 해괴한 짓이람. 저렇게까지해서 관심을

받고 싶은 모양이지?'

그리고 시원이는 자기 손에 생긴 진짜 상처를

내려다 본다.

그 상처는 오늘 아침 아빠가 던진 거울 파편에

찢겨서 생긴 것이다.

그 상처 위로 시원이 아빠의 얼굴이 겹쳐진다.

시원이 아빠도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던 사업이 연거푸 실패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후로 아빠는 변해갔다.

술을 마시고 난후에는 집에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던지고 부수고 또 시원이와 엄마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상처는 절대

놀이가 될 수 없다!

 




 

비밀의 화원

시원이는 가영이와 함께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화원에 봉사활동을 하게된다.

화원 사장님은 꽃과 잎이 다 시든 꽃들을 시원이와

가영이에게 선물한다.

아직 뿌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잘 보살피고

돌봐주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거라고,

작은 비밀의 화원에서 잘 키워보라는 말과함께,


꽃과 잎은 시들었어도

뿌리만 살아있다면

다시 살릴 수 있다

 

꼭 시원이를 닮은 꽃들이었다.

몸과 마음이 다치고 상처입어서 다 시들어버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든 꽃,

그게 시원이었다.

시원이는 아빠가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집에 있으면서도 항상 불안했다.

집에 있다가 아빠랑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은

그날은 굉장히 재수가 없는 날이다.

하지만, 비밀의 화원 안은 시원이를 불안하게 하는

아빠가 없다.

아빠는 이곳을 모른다.

비밀의 화원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하다.

시원이는 비밀의 화원에 시간만 있으면 찾아갔다.

나는 시원이가 마음 둘 곳을 찾았다는데

안도했다.

집은 시원이에게 쉴 곳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의 집이 나에게 그러했듯이,

시원이가 비밀의 화원으로 숨어들었듯

나도 늘 도서관 열람실로 숨어들었다.

그곳이 나에게 집보다 더 편안한 곳이었으니까.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

- 꼭 말로 해야 아는거야?

그래 내 마음을 말해주지.

나는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

지붕을 올라가는 그 사다리에서

나에게 뒷모습을 보이지마.

내가 이 칼로 아빠를 찌르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12살의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나쁜 아이라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처음부터 나쁜 아이는 없다.

그 아이를 나쁘게 만드는 건 부모이다.

시원이가 아빠에게 이 말을 했을때

나는 느꼈다.

시원이는 정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상을 뒤짚어 엎고 그 위에 접시며 과도며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는 것은 아빠였지.

하지만, 그 과도를 이제 시원이가 집어들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못 할 것 같아?


왜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흙속에서 피어난 희망

시원이 엄마는 시원이에게 잠시 아빠를

떠나 있자고 한다.

'아빠도 불쌍한 사람이야. 아빠도 힘들어서

그럴 거야 조금만 참자.'

이렇게 말하던 엄마였다.

시원이는 그런 엄마가 불쌍하고 미웠다.

뭘 이해하자는 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

시원의 엄마는 시원이가 잘 참고 견뎌준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원이의 변화가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할거라곤

엄마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우리 엄마도 몰랐다.

-아빠 떠나서 새 삶을 살아-

-나랑 같이 아빠 없는데로 도망가서 살까-

우리 엄마도 내 이 간절한 외침을 묵인하며

살았다.

-아빠도 불쌍한 사람이야-

-아빠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아서 그래-

-조금만 참자-

우리 엄마도 몰랐다.

그렇게 참고 산 세월동안 엄마의 하나뿐인

딸은 가슴 속에 큰 돌을 품고 살았다고

그 돌의 이름은 분노라는 돌이라고

엄마의 바람대로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고, 용서하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그 모든 걸 견뎌낸 엄마도

많이 미워했다고......

아빠는 죽지 않았고, 나도 아빠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머릿 속에서 아빠를 죽이고 또 죽였다.

우리 엄마도 시원이 엄마처럼

잠시 떠났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빠에게도 시간을 줬어야 한다.

반성할 시간 후회할 시간 변화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것이 늘 살 부비고 부대끼고 산다고

다 가족이던가 가족에게도 지켜야할 예의가

있고 선이 있는데

우리는 늘 그걸 망각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마음 속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상처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아물고 낫는 과정이

보이지만 마음 속의 상처는 말하지 않으면

알수가 없다.

미처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도 있고

매일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상처가 놀이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즈덤 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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