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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이상한 소설이죠. 게다가 겉표지의 남자가 남편으로 보이는데 뭔가 설레고 흐뭇한 표정입니다. 저는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를 너무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었답니다.
 
우선 작가 히구치 타쿠지의 이력에 대해 먼저 살펴봤습니다. 일본tv의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방송작가 출신이더라구요. 방송작가, 시나리오작가 하면 우선 기대가 됩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특징이 있거든요.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 출신이니 더욱 유쾌할 거라는 기대도 했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의 첫 데뷔소설이라더니 주인공 미무라도 역시 유능한 예능 프로그램 방송작가 네요.  작가와 주인공을 분신삼아 책을 썼나 싶었답니다.  줄거리는 책 겉표지나 예담출판의 책소개에 있는 그대로 입니다.

  

저는 남편인 미무라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혼자만의 아내 재혼 프로젝트를 구상하기까지의 과정,
결혼상담소에서 아내를 위한 소개남을 미리 알아보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부분, 아내에게 병을 고백하고 맞선보라고 떼쓰는 부분 등 페이지의 각 부분에서 코끝이 '찡~' 하려고 하면 반전의 개그가 등장해서 울뻔했다가 웃었다가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뭐랄까 이 책은 방송작가의 순발력과 재치, 유머를 느낄 수 있어요.  지루하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이 좋아할만한 '빠른전개','엉뚱한 사건', '코믹한 등장인물' 등을 탄탄하게 엮어서 이끌어가거든요.
 
미무라는 아내 아야코의 이상형에 맞는 맞선남을 선정하기 위해 우선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간만의 외식으로 분위기를 잡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방송 프로그램 기획 때문인양 '이상형' 인터뷰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물어봐야만 하는 남편 미무라의 마음은 얼마나 저릿할까요.  자신에 대한 뜨끔한 반성과 후회, 미안한 마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그닥 실속이 없었지만 결혼상담소에서 작성하라고 한 설문지를 미무라가 아내의 이름으로 몰래 작성합니다.
 
p.149
'당신의 이상형에 대해 말해주세요....중략'
- 집안일을 좋아함 (자신도 모르는 새 쓰레기를 버려주는 사람)
-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지 않음
-결단력이 있음(우유부단하지 않은 분이면 OK)
- 질투하지 않음.
- 박학다식한 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중학교 입학시험을 돌봐줄 정도.)
- 건강한 분
- 부부간의 대화를 소중히 생각해서 매일 저녁 식탁에서 그날 있었던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부
- 바쁘지 않은 분
-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면 새것으로 갈아주는 분
 
저는 위의 앙케이트 내용에 공감을 많이 하면서 웃었답니다.  특히 집안일 좋아하고 화장실 휴지부분이 너무 공감 되었네요. ㅎㅎㅎ
소설은 일기처럼 미무라가 살 날이 며칠 남았는지 기재되어 있는데 어떤 때는 미무라의 시점, 어떤 때는 아내 아야코의 시점입니다. 독자로서 마음 아팠던 것은 서로의 속마음은 일상에서 너무나 자주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미무라는 이제라도 잘 해보겠다고 괜히 안하던 짓을 하면 아내는 왜 내가 필요로 할땐 일한다고 곁에 없었으면서 새삼스럽게 생활리듬을 망치느냐고 화를 냅니다.  많은 아내가 남편이 있어주길 바라고 알아주길 바랄때는 남편이 무심하고,좀 내버려 두길 바랄때는 안하던 행동을 하지 않나요? 소설 속에서 서로의 속마음이 비칠 때마다 '지금이 중요한데, 왜 자꾸 나중으로 미루지? ' 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는 슬픈 내용인 것 같은데 자꾸 웃음이 나오게 유쾌합니다.
슬픔도 개그로 승화시키는 미무라의 철학이 곧 작가의 철학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맞선남을 고르던 장면, 쫓아다니면서 맞선남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던 모습, 맞선남이 아내 사진을 보고 호감을 일찌감치 보일때의 당혹감, 아내가 시한부 남편의 병을 알고 슬픔에 몸부림 칠때 "맞선보지 않을래?" 하고 끈질기게 물어보는 슬프면서 웃긴 장면, 맞선남 이토와 아야코, 미무라 3인이 모여 맞선을 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은 다시금 아내 아야코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프로젝트가 헛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이 책을 보시거든 에필로그까지 꼭 꼼꼼히 읽으셔야 한답니다. 끝까지 재미와 감동 또 살짝 반전을 안겨주기 때문인데요. 소설 속의 남편 입장, 아내 입장을 나와 동일시하며 볼 수 있었던 건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유부녀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기혼 남녀라면 미혼인 분들보다 더더욱 감동과 재미를 안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무라는 소설 속 에서 '웰 다잉'을 실천하려고 하네요. 있을 때 잘하는 것 만큼 더 좋은 것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소설 속 부부는 30대 후반이랍니다. 아들은 초등학생이고요.  인생에서 한참 열심히 가정을 키우고 지킬 시기인데 너무 가혹한 설정이네요.

 

유쾌하지만 슬픈 이야기. 그야말로 '웃픈소설'이 바로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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