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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범죄가 가미된 사회 이슈는 항상 화산처럼 순식간에 끓어올랐다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버닝썬 또한 2019년 당시에는 '물뽕'이나 '승리'가 들어간 뉴스들이 끊임없이 보도되었지만, 그 뒤에 남은 것은 연예인 이야기들 뿐이었다. 버닝썬 사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마무리를 지은 건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 하고,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도 그러했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는 버닝썬을 최초보도한 MBC 사회부 이문현 기자가 쓴 취재 수첩이다. 버닝썬을 조사한 기자들은 많았지만, 이문현 기자가 가장 처음이자 메인으로 버닝썬 게이트 사건을 추적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목차는 보도를 시작하다/아무도 몰랐던 그곳의 진실/우리 모두의 잘못, 버닝썬으로 나뉘어있는데, 어떻게 버닝썬 사건을 보도받았고, 어떤 진실을 알게 되었으며,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다루는 책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약물 성범죄를 다루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건 그저 강력한 수면제 정도였는데, 한 사람을 거의 산송장처럼 만드는 약물이었던 것이다. 약물로 인해 기억이 없음에도 CCTV에 걸어가는 모습이 찍혀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는 부분에 가슴이 아팠다. "대중의 관심이 떠났고, 세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여전히 법에는 공백이 있고, 여성들은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마냥 절망과 비관에 차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관심이 한번 생기면 모두가 주목한다. 그렇기에 기자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히트곡처럼 모두의 시선을 끌 기사를 쓰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기사에 눈길만 주고 무시하기보단 계속 주목하고 감시해야 한다. 한 여성시위의 피켓이 기억난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네가 바뀌었다." 나를 바꾸는 것,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대중의 관심이 떠났고, 세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여전히 법에는 공백이 있고, 여성들은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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