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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픽션 -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손여름 지음, 전계수 원작 / 시아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연애소설에 꽂혀 밤을 새가면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고등학교때던가 중학교때던가 "열일곱살의 쿠테타"던가 그책을 읽고 밤낮 몇일을 울며짜며 수업시간에 교과서 아래에 넣고 몰래몰래 읽던 그런 재미를 지금은 어디가도 느낄수가 없겠지만 참..그런때가 있었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우리반 아이들이 모두 순번을 정해가며 그책을 읽었던 그때..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순진하고 더 사랑에 진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긴 중고등학교때는 사랑이라는게 현실에서는 벗어난 그저 이상적인 그 어떠한 감정이였으리라.
너무 오랫만에 연애소설을 읽게 되었다. 또한 영화로 제작된 그래서 콘티까지 팬서비스(^^)해주는 그런 친절한 책을 만나게 되서 정말 참으로 오랫만에 새벽녘까지 키득키득거리면서 재미나게 읽게된 소설이다. 영화 시나리오다보니 좀더 코믹하고 좀더 이야기 전개가 빠른 장점이 있는것 같다. 중간 중간의 콘티를 보여주어서 그런지 왠지모르게 영화 한장면 한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거기에 희진 역을 맞은 공효진의 그런 모습이 잘 매치가 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평소 공효진이라는 여배우에 대한 단면적인 평가일지도 모르지만 참 개성있고 털털한 그러면서도 세심한, 뭔가 특이한 여배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희진이라는 역할을 공효진이 연기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괜시리 더 웃음이 나고 재미졌던것같다.
구주월에게 희진이 손편지를 써주기를 바라던 그 대목을 볼때 여담이지만 나의 연애담도 불현듯 생각이났다. 나 역시 손편지를 좋아해서 처음 소개로 만난 남자에게 미션을 주었던적이 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저를 만나는동안 100통의 편지를 써주세요.." 내가 쌩뚱맞게 그남자에게 말을했다. 나 역시 사랑에 대한 헛된 이상이 있었나보다. 그때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우표를 붙인, 우체부아저씨가 우리집을 지겨워할정도로 편지를 보내왔다. 거의 하루에 한통씩 받았고 몰아서 보낼때는 하루에 10통에 가까운 편지도 받아본, 그래서 감동에 감동을 더했다는, 또한 그 사람이 지금 나와 함께 두아이를 낳아서 알콩달콩 살고있는 남편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쿨하지 못하다는게 어떤의미일까 생각해본다. 헤어질땐 깔끔하게 헤어지는게 쿨한것인지 사랑을 할때 열정적으로 앞뒤안가리고 달려드는게 쿨한건지 모르겠다. 두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어쩌면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함께 나누며 살고있는 않는것같다. 영화나 드라마나 책에서 가끔 들어보는것이 사랑이라는 단어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애써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하지 않지만 그냥 느껴지는 그런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일컫고 있는건 아닌가 한다. 가끔 연애소설로 나 자신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일깨워줘야할 필요성도 있는것 같다.
베르테르가 로터에게 편지를 보내며 괴로워했던 수많은 밤을 떠올려보라고. 로터에 대한 사랑은 고통이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베르테르의 기다림은 오랜세대에 걸쳐 추앙받을 만한 것이 되겠지. 그녀는 자네에게 이런 고통을 부여할 자격이 있는 숭고한 존재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