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잘못이 없다 - 그물에 걸린 고등어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김선희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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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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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잘못이 없다 -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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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수산업 운영이 본업인 작가의 삶과 죽음, 존재에 관한 에세이.
▷ 두마디 : 빠른 기차 안, 바깥 풍경을 음미하는 마음으로, 우리 삶을 음미 합시다.
▷ 추천대상 : 빨리 걷는 분.
▷ 이미지 : 바다.
▷ 깔때기 : 나의 명상법은?.
▷ 색깔 : 에세이/명상/철학/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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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회를 주신 #아직독립못한책방 @a_dok_bang 과 #김선희 작가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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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존재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책 읽은 후 마음속에 진하게 새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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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글을 작성하기 위한 독서를 할 때에는(다른 독서도 대부분 그렇지만) 배경지식을 먼저 체크하지 않는다. 혹시 모를 선입견이 끼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문체를 보고 스님이나 신부님 혹은 수녀님일거라 상상 했는데 보기좋게 빗나갔다. 거기다 일부러 보려 하지 않아도 보이는 작가의 이름 '김선희'. 여자 작가인가? 생각한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선입견을 가진 것이다. 작가는 남자이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 또한 실려 있었으니 나는 뭔가 덜컥 들킨 느낌에 혼자 호호호 웃으며 페이지를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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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3대째 수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작가. 일터에서 만난 삶의 모습과 그것과 맞물린 작가의 생각을 잔잔하게 써내려갔다. 글임에도, 마치 명상음악을 듣는듯한 느낌으로 마음 편히 읽었다. 부드러운 문체는 눈으로 듣기에 더 없이 평온한 상태를 선사해준다. 내용면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던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어 공감가는 것도 있었고, 응? 이건 좀 아닌데 하는 대목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읽고 생각하며 내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구성해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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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오늘은 마지막이다라는 내 삶의 모토. 지금은 다시 안 올테니 마지막인게 맞다. 나는 그게 좋고 싫다. 아쉽고 뿌듯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 속에는 선과 악이 늘 함께 한다. 외계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귀신도 그렇다. 오로지 나는 지금 분명히 존재한다고 스스로 의식하고 있지만, 언젠가의 오늘, 나는 있었다-고 표현 될 것이다.

 

# 뱀발.

내 이름은 김영주. 누군가는 여자 이름이라고도, 또 다른 누구는 남자이름이라고도 한다. 직업의 성격상 남자가 많은 직종이다보니 예기치 않게 오해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특히 해외에서 오는 메일의 받는 이름은 열에 아홉은 'Mr.Kim' 이다. 후에 직접 미팅이라도 하게 되어 내 소개를 하면 사뭇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런데, 여자인걸 알면서도 계속 'Mr.Kim'이라고 부르는 분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딱히 기분 나쁘거나 하건 아닌데 궁금하긴 하다.
이름이 '김태희'인 본사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도 비슷한 일은 종종 겪는다고 한다.

 

# 뱀발2.

퇴근 후 초록 집에 가는 날의 풍경.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남편을 한번 체크해본다. 남편은 손발을 씻고 속옷만 착장한채로 침대에 누워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운동을 다녀온 후 그대로 유지된다. 참으로 일관성 있는 사람이다. 뭐라도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해댔었지만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그는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이니까 존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가라앉고 있는 것일수도 있을테니.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가 어째서 말도 안되게 논리적이고 멘탈이 강한지 이해되기도 하다. 물론 그게 나와 맞다는 건 아니다.

 

# 뱀발3.

언젠가 회식 때 부사장님께 아주 당당하게 "내년에는 안식월을 갖겠습니다!" 라고 했고, 부사장님은 너무도 인자하게 웃으시며 "웃기시네,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라고 답하셨다. 그래서 2차로 "그렇다면 저는 내년에는 안식주를 갖겠습니다!" 라고 했고 또 친절하게 웃으시며 허락해주셨다.
내년 안식주의 후보지 목록에 '후쿠오카 사가현의 이마리' 를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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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났을 뿐이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기가 아닐까 합니다...(중략)... 다음에는 또 어떤 존재로 태어날지 알 수 없어도 미리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또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될 테니까요. - P19

스스로 높은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 것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무너질 나를 만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무너질 나란 것도 없었던 것이죠. - P98

비행기의 흔들림을 느끼는 것은 ‘의식‘하는 것이고, 흔들림을 통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인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단지 의식하면서, 자신이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 P154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다른 말은 ‘나로 존재하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164

그릇이 그릇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비움입니다. - P180

그와 함께 있을 때 그에게만 집중하고
그와 나의 구분이 없어져서 그가 곧 나이고 내가 곧 그이기에
우리는 연인을 서로 ‘자기야‘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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