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이 늘 그러했듯 키메라의 땅 역시 첫 페이지부터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라고 일러두며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근미래에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듯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1권의 이야기는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의 극비 연구에서 시작되는데
인류가 맞이하게될 생존 위기에 대비해 동물과 인간의 유전자를 조합한 혼종 인류를 만드려고 하지만
그 연구는 반대론자들에게 탄로나게 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채 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하게 되며
아이러니 하게도 3차 대전의 발발로 지구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고농도의 방사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세가지 키메라 배아를 지구로 귀환시키게 된다.
1권의 무대는 인간과 괴물이 서로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긴장감으로 가득한 세계가 펼쳐지며
인간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배신 그리고 인간이 생존을 위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결코 가볍게 읽히는 판타지가 소설로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문명과 이성의 탈을 쓰고 살아가지만 위기의 순간
언제든 야만적인 본능을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의 본질과 본성에 대한
생각을 가져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인간과 혼종들간에 표면적으로는 문명과 질서가 존재하지만
약육강식의 본능과 생존 경쟁이 숨 쉬고 있는
인간과 박쥐의 혼종인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인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인 노틱
이 세 종족의 등장은 멸망한 지구에서 새로운 갈등과 연대를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이 새로운 신인류들은 오히려 더 유연하고 적응적으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보여주기도 하는 모습에서
과연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끊이지 않는 전쟁상황들을 떠올려 보며
인종, 민족, 국적, 종교 등 차이를 초월한 인류애에 대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았다.
키메라의 땅 1권은 키메라 신인류라는 과학적 상상력으로
인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인간의 불편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