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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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감정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까, 아니면 더 공허해질까. 『노 이모션』은 이 낯설지만 어딘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50년 전 감정제거술이 성공한 이후 사람들은 감정을 없앨 것인지, 그대로 지닐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회는 감정 무소유자와 감정보유자로 나뉘고, 심지어 살아가는 구역까지 분리된다.

그 경계에서 태어난 인물이 바로 강하리다. 감정 제거술을 받지 않았음에도 태어날 때부터 감정이 없는 하리는 모두의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 감정 무소유자만 입사할 수 있는 회사 ‘노 이모션 랜드’에서 승승장구하던 하리는 마지막 감정 테스트 이후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섬뜩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이 사회는 정말 감정이 제거된 안전한 세계일까?

우리는 보통 인간관계 속에서 상대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며 마음을 읽으려 한다. 하지만 『노 이모션』 속 사회에서는 오히려 감정이 하나의 관리 대상이자 도구처럼 취급된다. 감정을 제거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감정을 기준으로 타인을 구분하고 평가한다.

감정이 사라진 세계가 아니라, 감정에 더 집착하는 사회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 설정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감정이 없어도 관계가 유지되는 사회라니!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소설 속 세계는 낯설지만 동시에 현실과 닮아 있다. 그곳에도 인간의 탐욕은 존재하며,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문득 ‘감정이 문제일까, 아니면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감정은 어떤 일을 망설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브레이크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 장치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 지치고 상처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차라리 감정이 없으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 보면,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 느끼는 행복,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함,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 위로받을 때 전해지는 따뜻함.
이 모든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노 이모션』은 감정이 주는 괴로움보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어쩌면 감정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장치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지운 세계를 통해 오히려 감정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소설.”
의문의 편지로 인해 꽃다발, 익명의 편지등의 단서로 추리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SF 설정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를 생각해 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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