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전대호 지음 / 해나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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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과학과 철학이 접목된 과학 인문 에세이다.
이 책은 과학을 정립된 이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우리의 삶과 어떤 지점에서 맞닿아 있는지를 따라가며 과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인문학을 전공했거나 과학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과학은 종종 ‘지식 부족’의 문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 원인이 지식이 아니라 과학이 만들어 놓은 장벽에 있음을 짚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을 어렵게 증명하기보다, 최대한 편안한 언어로 풀어 설명하며 독자를 과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가 바라는 과학은 논리의 정연함이나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과학, 그리고 과학을 호의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책에서는 진정한 성숙에 대해 이야기하며 장하석과 피카소를 함께 언급한다.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보다 탐구 그 자체의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장하석, 그리고 어떤 틀에도 자신을 가두지 않았던 피카소. 이들의 이야기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탐구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라듐을 발견한 퀴리 부인과 엑스선을 발견한 뢴트겐이 특허를 신청하지 않아, 그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일화는 인상 깊다. 업적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과학자들의 철학적인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개념으로 노벨상을 받은 플랑크의 업적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의 ‘두 번째 업적’이다.

괴짜인지 천재인지조차 평가받지 못하던 아인슈타인을 과감히 발탁한 결정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양자 개념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플랑크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광전 효과를 통해 양자의 존재를 확실히 입증한 아인슈타인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에서, 플랑크가 가진 과학에 대한 열정과 열린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었다.

과학 이론이 점점 거대해지면서 오늘날에는 개인 연구가 줄어들고 있다.
논문의 저자가 1000명이 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이제 과학은 과학만의 영역으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과학 속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함을 말하고, AI가 발달하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기계가 인간이 될 위험보다 인간이 기계처럼 될 위험이 더 크다.” (226쪽)
이 문장은 기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속에서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할 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술을 더 많이 아는 것보다, 기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는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 과학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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