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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오래된 뜬구름』은 이웃집에 사는 두 부부의 이야기다. 가까운 듯하지만 끝끝내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 속에서, 독자는 묘한 거리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에는 큰 사건이 거의 없지만,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공기가 흐른다. 줄거리보다 사람의 감정이 중심에 놓인 작품이다.
이웃집 부부를 염탐하기 위해 거울을 다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려는 사회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한편으로는 홈카메라 불법 유출 영상이나 몰래카메라를 소비하는 현실의 추악한 모습이 떠올라 소름이 돋기도 했다.
찬쉐는 이 ‘엿보기’의 장면을 통해 우리가 언제든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의 생리적 현상이 노골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에서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환상을 벗겨내고 동물적 본능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찬쉐는 기어코 이야기 속에 끌어올린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뜬구름’ 같은 작품이다. 경계가 흐릿하고,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며, 감정의 결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과 이유 없는 불편함, 오래된 상처들이 조용한 일상 속에서 계속 따라다니는 감정. 바로 머물러 버린 불안이다.
‘중국의 카프카’라 불리는 찬쉐의 작품은 늘 모호하고 난해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그의 매력이다. 이 소설 역시 줄거리보다 감정과 언어의 감각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며, 읽는 동안의 분위기와 정서가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