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지유는 우연한 계기로 미국인 피터로부터 할아버지의 수기를 받게 된다. 그 수기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상들이 겪어야 했던 처절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이 남긴 참혹함, 위안부로 끌려가 하루하루 버텨야만 했던 삶의 흔적들은 글을 읽는 내내 먹먹함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 해림이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초월적인 나’를 상상하지 않으면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린다.『마중』이 특별한 이유는, 비슷한 시대를 다루는 다른 역사소설들과 달리 전쟁 속에서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일본군에 끌려가기 전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었던 이옥과 종태.감시가 빽빽한 환경에서도 종태를 향한 사랑을 지워낼 수 없었던 해림.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끌려간 남편 종태를 평생 기다린 순이.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겨난 마음이어서 더 아리고 절실하다. 그 애틋함이 이 소설을 더 깊게 만든다.『마중』은 과거의 시간을 끄집어내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 과정은 담담하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역사 속 고통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질 뻔했던 이들의 삶, 선택, 사랑을 복원하며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묻는다.누군가의 기억에 귀 기울이는 일, 그 기억을 이어 말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