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노후 대비의 불안감을 향해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책이다. 이 책은 ‘늙는다’는 일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저자 유여원, 추혜인 두 사람은 모두 비혼 여성이다. 대학 시절부터 “혼자라도 괜찮은 노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 왔고, 그 고민의 결과로 지역 돌봄 공동체 ‘살림’이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살림’은 말 그대로 괜찮은 노후를 향한 첫걸음이다. 의원에서 시작해 치과, 상담실, 소모임, 미니호스피스까지 하나씩 돌봄의 공간이 늘어나며, 지역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안전망을 만들어 간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 태도였다. 누구나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건강할 때 가족과 미리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을 제안한다. 죽은 뒤의 과정, 내가 원하는 마지막 순간의 모습 등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 그저 회피해야 할 단어로만 여겨졌던 ‘죽음’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일부로 바라보게 해주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마음이 깊게 움직인 장면은, 함께 지내던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그 친구를 돌보는 과정이었다. 친구를 위한 작은 호스피스가 꾸려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역할을 나누어 돌봄을 이어간다. 그리고 저자가 지치지 않도록 주변 친구들이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집중 케어를 제공한다. 저자의 “돌보는 사람을 돌볼 때, 돌봄은 계속될 수 있다.”(54쪽)라는 문장이 특히 크게 와닿았다.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를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여준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단순한 돌봄 시스템 소개서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며 살아갈지, 어떤 동네에서 늙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묻게 하는 책이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 대신, 함께라면 괜찮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