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당은 없다 - 기후와 인간이 지워낸 푸른 시간
송일만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자에게 바당(바다의 제주 방언)은 모든 생활을 품은 우주였다. 축항은 오랜 친구이자 놀이터였으며, 샤넬도 흉내 낼 수 없는 바당만의 내음은 저자에게 안정감과 포만감을 주었다. 해녀이신 어머니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최고의 선물을 주던 바당은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바당은 하루아침에 변한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저자는 바당의 오염이 해안 도로 건설, 하수종말처리장 및 양식장 건설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해안 도로 건설로 관광객이 늘어나고, 하수종말처리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염물과 양식장의 폐수로 인해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졌다. 사라지는 해조류, 선명한 노란색이 아닌 검은 알을 품는 성게, 구멍갈파래 같은 새로운 종의 출현은 바당이 우리에게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이다.

바당을 병들게 하는 또 하나의 주범은 플라스틱이다. 썰물 때 즐겁게 놀던 게들이 지금은 플라스틱 병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다. 바당에 왜 필요 없는 쓰레기가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만 지켜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당은 지금 처절하게 인간에게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물러설 곳이 없다. 바당을 지켜야 할 때이다. 2019년 필리핀 정부가 관광객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보라카이를 폐쇄했던 일이 생각났다. 6개월 폐쇄 후 재개장 했을 때는 하루에 머물 수 있는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며 보라카이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저자 역시 바당을 지키는 것은 한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개인이 협력해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푸른 바당이 아프다. 이 책으로 인해 바당의 아픔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만큼,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며 작은 일이라도 실천할 수 있어야겠다. 푸른 바당에게서 받았던 위로를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