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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완전변태, 제목에 끌렸다. 과거 저자의 돌출행동과 기이한 일상이 떠올랐다. 번데기가 나비가 되기 위한 변태인가. 여학교 앞에 바바리를 입고 나타난 변태일까. 평상시 야동을 탐색하고 과거 금지된 대마초를 흡입한 경력으로 구설수에 오른 저자의 지울 수 없는 행적이 소설로 환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터넷을 통해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았더니 이번 작품과 대마초 흡입을 연결 짓는 기사가 다수 보이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닌 모양이다. 작품들의 배경이 저자가 거주하는 곳이다. 저자의 기행에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독자들은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 엉뚱한 상상력에 실소가 흘러넘칠 것이다.
여러 단편 중 완전변태를 제목으로 고른 이유는 그만큼 애착이 가고 독자들에게 감추고 있던 사실을 말하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마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 없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일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담배가 더 해로운데 관련기관에서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여 진실을 밝히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이다.
대마를 흡입한 죄로 감옥에 왔지만 나비가 되리라고 상상하는 수형인과 이를 지켜보는 소설속의 저자. 둘은 하나같고 둘 다 변태의 과정에 들어간다. 나비가 되려는 이유는 저자가 갇혔을 때 감옥 밖으로 날아가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까? 감옥에 들어온 저자는 변태성욕자의 선물에 변태의 길에 들어서게 것일까. 변태가 어떤 변태이고 저자는 어떤 변태의 과정에 있는지 이야기 속에 감추어졌다. 각각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변태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어떤 시각에서 보아도 그것이 그것 같은 저자의 글 솜씨에 독자들은 묘한 웃음을 자아낼 뿐이다.
오랜만에 나온 이외수의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언제나 읽어도 대단한 상상력이다. 저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 짧고 간단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사람의 순수성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삶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연령층이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가졌다. 또한 콘크리트 뭉치처럼 단단해진 현대인들에게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진한 사람 냄새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 정신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면서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깨달게 하고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노인이 된 저자. 이번작품마다 노인이 등장한다.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도 묘사되는 도사와 같은 존재들. 홀연히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뜻 모를 행동을 하는 인물들은 노인이 된 저자가 아닐까 한다. 소나무에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하고 엉뚱한 문제로 고민하는 노인, 새순에서 어린 소년을 구타하는 청년을 제압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지팡이를 지닌 노인, 명장과 파로호에 나오는 노인들은 각기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말을 한다. 어느새 노인이 된 저자의 현실에 대해 외치는 불만과 비난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구석구석에 저자의 해학이 묻어난다. 세상에 대한 간접적 비판과 인간성 상실에 한탄이 널려있다. 노인들은 성과지향적인 현실에 대해 진정어린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알만한 사람들이 깨달아야 할 텐데! 아까도 내가 말했지만 물고기에 대한 진실과 애정이 들어가 있는 떡밥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