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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정의를 훔치다 - 박홍규의 세계 의적 이야기
박홍규 지음 / 돌베개 / 2005년 5월
평점 :
우리 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 대대로 사랑을 받는 인물은 도둑이다. 그냥 도둑이라고 말하면 그렇고 이 책의 제목처럼 정의를 수호하는 의적으로 불린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강력한 권력이나 부를 무기로 약자를 괴롭히고 권력이 힘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그들을 이 의적들이 나서서 해결사 노릇을 한다. 부패하고 돈이 눈이 먼 권력층을 혼내주고 그들이 재물을 빼앗거나 되찾아서 가난한 민중들에게 고루 나누어주고 베푸는...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그들은 그 어떤 큰 이득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일지매나 홍길동, 임꺽정, 영화에서 수없이 제반복 되어온 영국의 셔우드 숲의 의적 로빈후드, 멕시코 혁명에서 전설적인 북부군을 이끈 판초 비야....등등. 그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의적으로 활동했다.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해적들도 마찬가지다. 해골그림에 엑스로 겹쳐진 깃발을 달고서 바다를 항해하는 그들... 애꾸눈으로 안대를 하고, 화끈하게 싸우지만 정감있는 그런 피터팬 같은 동화속의 모습들도 한편으로 즐거움과 주기도 한다. 어릴때 봤던 보물섬 같은 만화는 아직도 기억속에 서늘하게 남아있다.
비록 그 수없이 많은 곳에서 정의를 실현했던, 모든 민중이 평등하고 행복하기를 바랐던 그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권력자들을 제압하거나 위에 서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그들은 평범함의 소시민들에게, 다수의 사람들, 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정의의 인물로 기억되고 가슴속에 남아 나지막한 희망을 언제나 품게 하고 있다.
지금의 시대에 그런 정의의 의적을 만날수는 없는걸까..아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의적들이 남아있고 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 곳곳에 그러한 의적들이 숨어서 조용히 활동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하게 우리가 이름 정도만 기억하거나 영화속에서나 동화책속에서 만나는 의적들을 단순하게 제반복 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깊게 파고드는 책도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다. 새로운 소재의 책이다. 즐겁고 편안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는, 혹은 가물가물한,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의적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작은 흥분과 미소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인문 분야의 책이지만 기관지에 실린 글들이라서 이미 검증이 되었으며 어렵게 읽을 필요도 없으며 책 곳곳에 자료사진이 있어 다소 낫선 의적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독자들은 그냥 의적들의 행적을 같이 따라가면서 읽으면 되는 책이다. 나름대로이 그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