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의 페미니즘 다이어리
김고연주 지음, 김다정 그림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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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의 페미니즘 다이어리> - 여자 어린이를 어린이로 바라보기

 

  어린이책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를 시작으로 어린이들도 책으로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서연이는 10여 년 동안 많이 사용된 여자 어린이 이름이라고 한다.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여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듣고 혼자 고민했던 말들이 책에 나와 있어서 인상 깊었다. 여자 친구와 싸워 속상하면 여자들은 샘이 많고 우정이 얕다며 절래절래 고개짓기. 이 부분을 보며 남자들의 우정을 강조했던 모든 말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나는 여자 친구들과의 우정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즐겨봤던 원피스, 나루토 모두 남자들의 우정이었다. 여자는 우정을 이끄는 주인공이 왜 없었을까. 지금 어린이 문화에는 여자들이 우정을 담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왜 아직도 남자들의 우정이 무엇인지 알면서 만화 속 환상에 갇혀 있는지 모르겠다.

  여자 어린이는 외모를 많이 신경쓴다. 여자 어린이는 왜 외모를 칭찬하고 외모를 걱정하는가. 누가 계속 외모 평가를 어린이들에게 하고 있는 건지 보면 사회가 여자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어린이는 사회의 문화를 흡수하고, 어른을 따라한다. 특히 아이돌, 연예인, 성숙한 또래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모 평가가 없어지려면 여자 연예인과 어른들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대중 매체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의 모습은 그 시대의 여성상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은 기형적인 여성상이다. 탈코르셋 운동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탈코르셋을 한 연예인을 더 주목하고, 어린이 주변의 어른들이 탈코르셋을 많이 해야 한다. 탈코르셋을 한 사람을 보며 여자들은 생각한다. 내가 탈코르셋을 할 수 있을까. 숏컷을 하고도 당당하게 지낼 수 있을까. 숏컷을 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들에게 가해지는 외모 평가는 그대로 어린이들이 받게 되고, 서연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외모에 민감하게 될 것이다.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여자로서 서연이에게 나다운 자유를 되찾아주고 싶다.

책을 읽으며 또 인상 깊었던 장면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냐고 자꾸 묻기부분이었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모든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어떻게 다들 그렇게 이성에게 환장하는지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시도 때도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애나 사랑으로 궁금해하고, 그 관점을 어린이들에게 적용하는 게 얼마나 편협한지 어른들도 알아야 한다. 여자 어린이는 여성으로 바라보면서 남자 어린이는 어린이로 여긴다. 남자는 같은 나이의 여자보다 두뇌가 3살 어리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학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뇌는 다르지 않다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제가 만든 가짜 정보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회가 얼마나 남자를 보호하고 싶어 지적 능력까지 떨어뜨렸는지 생각하게 된다. 남자는 지적 능력이 또래보다 떨어지니까 여자 어린이들이 양보하고, 챙겨 주는 교실 속 모습이 변화되어야 한다.

  여자 어린이도 여성을 넘어 어린이로 대해줘야 한다. 세상 모든 서연이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페미니즘을 알기 바란다. 가부장제 사회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여성 인권이 향상되었고, 책에 나오는 남녀차별 이야기는 다 옛날 이야기라고 속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2020년에 나온 책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가 흐름을 바꾼다.’ 서연이들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다. 동료 시민으로 여자 어린이를 바라보며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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