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제 권리인데요? - 알면 보이는 모두의 인권 왜요?
오승현 지음, 김예지 그림 / 동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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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는 모두의 인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동녘 청소년 교양 시리즈 '왜요?'는 세상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십대를 위한 교양서이다.

(동녘의 '왜요? 시리즈'는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왜요, 제 권리인데요?>,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책이 발간되어 있다.)


"인권은 발명되었다."


19세기 영국의 빈민가 어린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에 12~19시간씩 일해야 했었다. 아동 노동이나 인권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던 시대였다. 우리나라라고 뭐 달랐을까. 지금은 너무 당연한 여성의 참정도 보장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 최초의 여성 참정권이 1893년 뉴질랜드에 도입되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프랑스는 1944년이 되어서야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서 당연히 주어진 권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오랜 세월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서 얻은 결과였다.

인권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서는 지금도 국가마다 다르며, 거듭 발전하고 변화되어 오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인권은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이야 인권 교육을 종종 들어볼 수 있지만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인권 교육을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니 전혀 없었나.. 어떻게 보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때에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자극을 받는지가 정말 중요한 건데 말이다. 국영수 보다 더더더 중요한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리고 나의 아이들과 미래세대를 위해서 내가 먼저 개념을 탑재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최소한 네가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모르고 침해받지 않도록 알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십대를 위한 교양서라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다는 의미이지 어른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

 

p49 너희들은 너희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어떻게 대하니? 어른들이 너희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진 않아?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웹툰 <송곳>의 대사야. 어른들에게 존중받고 싶다면 너희도 너희보다 어린 사람들을 그렇게 존중해야 해.

p135 자기 권리가 침해당할 때, 적어도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어른들은 학생들이 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라지만, 정작 책임질 기회는 잘 주지 않지. 학생들이 스스로 교칙을 만들고 바꿀 수 있다면, 더 책임감을 갖고 교칙을 지키지 않을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책임감으로 말이야.

p162 치유된 넓적다리뼈가 발견됐다는 것은 누군가 다리뼈가 부러진 이를 돌봤다는 뜻이야. 부상자에게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맹수의 공격도 막아 주었을 테지. 이를 '연민' 또는 '연대'라고 부를 수 있어. 연민이나 연대를 발휘라려면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거야. 부족한 식량을 나누고, 맹수의 공격을 막아 주는 일은 그만큼 위험이 따를 테니까.

그러나 그런 연대와 연민 덕분에 인류는 부족한 신체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문명을 일굴 수 있었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나없이 어깨를 내밀고 곁을 내어 주는 일이야말로 인류 문명을 떠받친 힘이었어. 연민과 연대가 문명의 시작인 셈이지.

p165 마주치거나 부딪치지 않고 이해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철학자 마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고 말했지. 누군가를 차별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서 알아보자.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책이나 영화, 언론 인터뷰 등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 편견의 장막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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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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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님의 첫 에세이"

 

이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은 이유가 된다.

그동안 <너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금이작가님과의 북토크를 겪으면서

인간 '이금이'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지고 궁금해졌었다.

그리고 이 시국에 여행 에세이라니.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이탈리아!!! 크으...

해외여행 못 가본 지가 체감으로는 십 년은 넘은 것 같은 지경..

여행 책을 읽으며 대리만족하기도 딱 좋다.

북토크 중에 느꼈던 이금이 작가님의 매력은

에세이 속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 있는 '페르마타'라는 말도 여행기 중에 나온다.

 

할머니가 내린 정류장 표지판엔 페르마타라고 씌어 있었다. '페르마타'는 '정류장', '잠시 멈춤'이란 뜻이기도 하지만 악보의 늘임표를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음표나 쉼표에 늘임표 기호가 있으면 본래 박자보다 두세 배 길게 늘여 연주해야 한다. 페르마타라는 단어에 여행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추어 평소엔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것들을 여유 있게 생각하는 것. 실은 평소 일상에서 누리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143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 역할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느꼈으며 인간으로서도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책임이나 의무가 버거워 벗어버리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페르마타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도 모르는 새 역할에 맞추었던 옷이나 가면을 시나브로 벗어버리고 있었다. (145쪽)

 

그리고 '여행'과 '인생'에 대한 철학. 

'글쓰기'에 대한 생각.

'작가'에 대한 생각이 여행기 곳곳에 녹아 있다. 

 

환갑이 되기 전에 친구와 떠난 여행.

문득 나의 50대, 60대를 가늠해본다.

이렇게 멋진 인생선배가 앞길을 알려주니 조금은 마음 느긋하게

내 길을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인상 깊었던 구절들

p99 남의 자식이 해서 멋진 일이면 내 자식이 해도 응원해줄 일이다. 내 아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청년처럼 현재를 누리며 살라고 해줘야지.

p118 신화를 접하면 일단 마음이 웅혼해진다. 관계나 일상의 자잘한 문제, 그로 인한 부대낌이 별일 아니게 여겨지고 좁아졌던 가슴도 한껏 펴진다. 택시가 에트나산을 바라보며 이오니아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진에게 삐죽삐죽 솟았던 감정들도 가라앉았다. 아무리 진에게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함께 와서 좋다는 생각이 더 컸다. 진도 그러했으리라.

p123 누군가 말하긴 어떤 일이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진과 나의 일상도 밤마다 뜨는 달빛에 물들며 우리의 신화가 돼가고 있었다.

p156 작가는 실패나 실수를 해도 글감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신의 상처까지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작가다.

p175 나는 그 아침, 아무리 짙을지라도 안개는 그 속으로 발길을 내딛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다는 것을 경험했다. 겁내거나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벽처럼 견고하지만 용기 내어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바늘귀만 한 틈이라도 내어주는 안개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인생과 닮았다.

p187 글쓰기가 여행과 다른 점은 퇴고를 통해 잘못됐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 속에 있는 여행은 수정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번 살면 그뿐인 인생과 닮은 부분이 있다. 다행인 건 그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삶이나 다음 여행에 반영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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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 - 가볍게 떠나는 30가지 일상 탈출 여행법
장은정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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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여행이라니! 혼자라서 더 좋은 하루 여행이라니! (설렘)

일단 제목부터가 <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 너무 내 얘기라서 이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짜자잔...!!!

크~~~ "온전히 나만의 하루가 필요한 날, 주저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11년차 여행 작가의 나만을 위한 여행 꿀팁,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다.

책 파트는 4개로 나뉜다.

-나를 회복하는 휴식 여행

-마음을 치유하는 걷기 여행

-취향 따라 떠나는 테마 여행

-시공간을 초월한 감성 여행

그리고 계절 따라 떠나는 추천 여행지MBTI 유형별 추천 여행지도 실려 있어 취향 따라 유형 따라 골라 보기 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의 맨 처음 소개된 여행지는 '한옥에서 고즈넉한 하루_서울 응정헌'이었는데 바로 우리 집 근처였다..!!!

한옥마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한옥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아주 친절하시게도 사진은 기본에 가격, 주차 정보, 근처 볼거리, 카페까지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 내가 인덱스를 붙여 놓은 곳은

-제주도 숲속의 그림책방 '사슴책방' / 세상의 모든 연필 '연필가게'

-경기도 양주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제주도를 못가본 지 오래라서 언젠가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고 싶은 곳들이 쌓여있다. (또 추가됐네 헷)

그리고 양주에 있는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곳이라 흥미가 갔다.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의 제목처럼 하루쯤 나 혼자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이 책의 추천 여행지를 살펴보면서 여건에 맞게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아직 혼자 떠나는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아래 이 책의 프롤로그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마침내 떠난 내 생애 첫 번째 나 홀로 여행. 그 여행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의 참맛을 알아 버린 행복한 여행자가 되었다. 머리카락이 다 헝클어지도록 바닷바람을 맞아도 좋았고,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걷고 또 걸어도 행복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나오면 망설임 없이 자전거를 빌렸고, 그러다 힘들면 쉬고 싶은 만큼 쉬었다. 식사는 그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골라 천천히 음미했고,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면 공간의 분위기와 음악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다. 걷고 싶을 때 걷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 그 여행을 통해 나는 나와 훨씬 더 가까워졌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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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길 찾기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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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 완결편.

소희가 떠난 뒤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 이야기. 작가의 말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사랑'과 '길'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 그렇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선명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더 앞길이 안 보이고, 사랑을 더 모르겠다.

한때 어린이었고 청소년이었기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어느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힘들까. 오히려 어른보다 용기 있고 바르게 행동하는구나.

결국 우리는 누구나 본인의 삶을 살면서 자기 몫을 다 하기 위해 애쓸 뿐이다. 부모라고 자식을 위해서만 사는 건 아니고, 아이라고 어른의 말대로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녀노소, 부모자식을 떠나서 같은 인간 대 인간으로 길 위에 서서 나 자신의 길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 발걸음들을 응원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인상깊은구절
p103 하지만 정원에서는 낯가릴 일도,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할 일도, 생각을 말로 바꿔야 할 때 느끼는 어려움도 없었다. 그냥 자기 자신으로 충분하고 충만했다.

p142 "뭐? 내가 너 고작 고등학교나 졸업시키고 말라고 이 고생 하는 줄 알아?"
아빠가 벌컥 소리를 질렀다. 아빠 역시 본인의 삶을 사는 건데 온전히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말한다.

?p154 "엄마도 알아.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잖아. 어떤 사람들 눈엔 엄마가 여기에서 썩고 있는 걸로 보일지 몰라도 엄마는 서울 병원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보람 있어. 그런 것처럼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보다 무엇을 하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엄만 바우가 어디에 있든 행복해하면서 자기 몫을 잘 해낼 거라고 믿어."

p162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자기 행복을 확인한다.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

p201 나무둥치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길들이 대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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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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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철들 필요 없어!"

책 뒤표지에 써 있는 이 말을 보며
묘한 위로를 받았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시리즈 3부작 중에서
<소희의 방>이 기대되었던 이유는
내가 가장 감정 이입이 되었던 인물이 '소희'였기 때문이다.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는 미르가 낯설고 부럽기도 했던 소희. 모범생으로 살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는 소희.


할머니랑 단둘이 살았던 달밭마을 시절을 지나
작은집에 얹혀살며 눈칫밥 먹던 시절도 지나고
소희는 드디어 엄마와 같이 살게 된다.
그것도 정원이 있는 예쁜 부잣집에서, 비싼 물건들에 둘러싸여서. 하지만 소희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그때문에 방황한다.
소희가 힘들어 하다가 결국 터져서 울 때 나도 같이 울고,
엄마한테 처음으로 소리 지르며 화낼 때 나도 같이 통쾌했다.
아이가 아이스럽지 않게 일찍 철 든 모습을 보면 슬퍼진다. 그 아이의 그늘이 읽혀서일까. 아이가 떼부리는 게 당연한데 어른의 입장을 가만히 이해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 참..

'소희의 방'이라는 제목도 상징적인 것 같다.
드디어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된 소희. 자기의 목소리를 표현하게 된 소희. 하늘말나리를 닮은 소희가 자기만의 방에서 숨겨져 있던 자신의 진짜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소희의 일기를 읽으며 소희의 깊고 성숙하고 건강한 자아를 느낀다.

#인상깊은구절

p119 소희는 채경을 이해하기로 했다. 부러움의 표출이나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감이 먼지만큼이라도 있어야 할 수 있다.

p238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엄마한테 못 할 말이 뭐가 있어.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애들이 부모 속 썩이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당연한 거야.
약정 시간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잘못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철들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시간들을 되찾으려는 거다. 그런 말을 어른이 해 주니까 응달진 마음에 볕이 드는 것 같았다.

p239 새아빠는 어쩔런가 몰라도 네 엄마는 못 그래. 자식이 속 썩이고 대들 땐 미워 죽겠다가도 돌아서면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게 엄마 마음이거든. 그래서 쫓겨나면 그땐 고모 집으로 와. 그래도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그 집 들어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무조건 너한테만 잘하라고 한 게 잘못이다. 어린 너한테 그 짐을 떠맡으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소희야, 고모가 생각이 짧았어. 미안하다.

p307 하지만 산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 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 힘겨움에 담겨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바람을 맞는 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 테지. 그걸 알기에 나는 앞으로 이 일기장에 담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물론 힘들고 괴롭고 아픈 일까지도 모두 다 사랑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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