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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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을 가고 싶어서 진지하게 알아본 적이 있었다. 씻는 것도 붎편하고,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대형 우산으로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게 가고 싶었다. 별이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천장으로 바라보면서 멍하니 누워 있고 싶었고, 말을 타고 자유롭게 몽골 초원을 달려보고 싶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로망이 있는지 모른다. 자연 가까이의 삶을. 그래서 여행지를 고를 때면 지금 나의 일상과 정반대의 느낌인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찾게 된다

몽골도 그랬다. 7-8월 한여름이 몽골여행의 성수기라고 한다. 몽골의 여름은 생각보다 덥지 않고 날씨가 좋다고. 자유 여행이 쉽지 않은 곳이기에 패키지상품까지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데리고는 언감생심, 마음 맞는 여자 친구랑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남편 말고ㅋㅋ)


아직 가보지 못한 몽골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엄마 친구들 멤버로 구성된 몽골 여행에 따라 가게 된 15살 딸의 이야기. 처음에는 딸 다인의 시선으로, 다음엔 다인이 엄마인 숙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무튼 엄마 딸로 산 지 14년이나 됐는데 여행 와서야 처음 알게 되는 면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엄마도 내게 그런 게 있을까? 73쪽

여행의 매력.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면을 보게 해주는. 이래서 같이 여행을 가보라고 하나보다.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땅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불똥이 튀어서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 보여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바타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저 검푸른 하늘이 거인의 옷자락이라니..... 78쪽

책표지가 이 장면을 그린 거구나. 
거인의 옷자락. 거인의 구멍난 옷 틈으로 보이는 불빛이 별들이라니.... 크........

여행 내내 툴툴거리고 짜증 내는 다인이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차츰 다인이에게서 내가 보였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내 자리는 남겨 두지 않았던 엄마를 미워하던 나.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 한번 곱게 하지 않았지만 실은 엄마 관심이 그리웠던 나. 다인이는 열다섯 살의 나 같았다. 236쪽

솔직히 내가 엄마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다인이의 입장보다 다인이 엄마인 숙희의 입장에 공감이 더 되었다. 
올해 8살이 된 나의 딸 사랑이에게서도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는데..사랑이가 조금 더 나이를 먹더라도 그때의 내가 또 보이겠지.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자책감이 아니라 엄마가 우리를 믿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엄마에겐 삶을 더 연장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고통과 시간과 돈을 가족이 흔쾌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던 거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또 허망했을까. 이게 엄마의 죽음을 두고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다. 217쪽


육아프로그램을 보면서 매번 많이 느끼는 지점.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원한다. 매우 간절하게.
정말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사랑할텐데 그 마음은 왜 전달이 되지 않을까. 그건 정말 그렇게 어려운 걸까.
위 책의 구절을 읽으며 눈물이 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외로움과 허망함까지 헤아리려는 엄마 안의 어린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애달팠다. 

겉으로 크게는 몽골 여행기이지만 이 안에는 딸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엄마 이야기, 엄마 친구들의 인생관이 모두 거론된다. 
역시 삶은 여행이고, 여행은 작은 삶이지. 
소중함을 자꾸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걸수도. 다시 돌아보라고.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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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자라는 등산육아 - 엄마도 아이도 함께 크는 특별한 등산 체험 육아 가이드
이진언 지음 / 이은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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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추억 하나.
엄마랑 싸우고 씩씩거리고 있으면 아빠가 조용히 불렀다. 산에 가자고.
못 이기는 척 그렇게 아빠랑 단둘이 산에 가면 서로 말 한마디를 안했다. 평소에 바른 말, 옳은 말 많이 하는 아빠인데도 산에 오를 때는 그런 말 들은 기억이 없다. 엄마와의 싸움에 대해서도 그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산에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아까의 불쾌했던 감정은 증발해버리고 어느새 기분이 풀려있었다. 아직도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했던 침묵의 등산 추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나도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같이 산에 오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이런 나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온 '등산 육아'책이라니!!
이것은 나를 위한 책인가 ㅎㅎ


등산은 함께 가지만 산을 걷는 것은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 같이 가줄 수는 있지만 대신 가줄 수는 없다. 등산은 오롯이 혼자서 설 수 있는 힘을 준다. 걸으며 혼자 생각할 시간도 준다. 그 자연스러운 생각 정리의 시간이 지난 뒤에 나누는 대화는 그 전의 대화와 다르다.
산에서 나누는 대화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는 순간을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가 잘 걷는지 다치지는 않는지 자꾸 바라보며 하는 대화가 다른 것이다. 나의 온 신경을 집중하여 나누는 대화는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것일 테니까. 일상의 대화와 다른 이유다. -133쪽


만약 그날 원효봉 바위 아래에서 울다가 원효봉까지 못 갔다면 첫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같이 간 원정대원들은 또 어땠을까? 이은이는 본인을 실패자 혹은 루저라고 여겼을까?
아니다. 나의 물음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친구들에게 미안했을 거예요. 그래도 다음에 다시 가자고 했을 거 같아요."
그날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이는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날 무서워 오르지 못했을 뿐 다음에 다시 도전하자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생각보다 늘 한 뼘씩 더 자라 있다. 엄마가 지레 겁먹고 피하고자 했다면 아이는 그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다음 도전에 대한 열망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162쪽


오늘 오를 산을 정하고 내 발로 차근차근 올랐다가 무사히 내려오는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법을 익힌다. 그리고 때로 어려움도 겪지만 결국 정상에 오르는 성공을 경험한다.
산을 오르지 않고 정상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없다. 아이들 스스로 한 발 한 발 조금씩 땅을 딛고 올라 정상에 도착해 맛보는 땀의 맛은 인생의 어떤 것보다 값지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넓은 세상은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109쪽


암만 생각해도 등산과 육아는 닮았단 말이지.
한 걸음 한 걸음 아빠가 디딘 발자국 걸음 대로 따라 가다가 어느 순간 내 눈으로 맞닥뜨리게 되던 정상에서의 기쁨과 뿌듯함을 내 아이도 경험하게 되길.
그렇게 아이 스스로 한 발 한 발 내딛게 되는 발걸음을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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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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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모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디스토피아 배경,

주인공 열두 살 '사마아'가 살고 있는 부족은 남성의 힘으로 통치되고 있다.

힘이 부족한 여자는 사냥꾼이 될 수 없다고 맗ㄴ다.

나무를 베면 물이 마를 거라고 경고하는 늙은 여인 '랑시엔;의 말을 모두 비웃는다.

그러나 모험을 떠난 소녀 사마아의 행동으로 모든 것은 바뀌게 된다.

 

-좋았던 점&느낀 점

여성 서사. 생태 우화. 모험. 나무...

똑똑하고 용감한 여성 주인공이 나오고, 세대의 통합이 나오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무엇보다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재밌다.

사마아가 '나이아'라고 이름 붙이고 애정을 주었던 나무가 잘려나갈 때

내가 가서 막아주고 싶을 만큼 가슴이 아렸다.

그럼에도 사마아가 물을 주고 정성껏 기른 나이아의 자식 '폴록'이

아름드리 나무가 된 장면을 보았을 때 또 시큰했다.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리적인 힘으로만 따졌을 때 남성보다 여성은 힘이 없고

움직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동물보다 식물이 힘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그게 다일까.

더 오래 살아 남는 것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인간보다 식물이 훨씬 강하지 않은가.

고작 100년 남짓 사는 인간의 눈으로 재단할 수 없는 고령의 나무들이 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게 맞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과거의 자연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던 노인 랑시엔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듯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이게 맞다고 소리쳐도 소수자의 의견은 무시받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다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세상을 위해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묵묵히 씨앗을 심는 마음, <나무를 심은 사람>의 노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때는 숲이 있었어.

동물들이 같이 살고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되지 않기를.

용감한 사마아처럼 숲을 지키는 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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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하늘에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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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뇌병변 5급, 마흔한 살의 장애인이다. 현재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18년 차 사회복지사로, 쌍둥이를 기르는 엄마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장애인이자 엄마로 사는 이야기와 장애인 사회복지사가 바라보는 사회복지 현장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을 비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전부 다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건 그 누구의 삶이라도 마찬가지.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나를 포함)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또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무엇보다 부끄러울지언정 꾸미지 않는, 솔직하고 내밀한 나의 이야기를 쓴 진솔함이 담겨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연결되는 감동적인 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글이 담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인정하며 사는 것'

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이 진리를 온몸으로 통과하면서 보여주는 글이다. 글 속에는 담담하게 담겨 있지만 그렇게 인정하기까지 담담해지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상상이 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

장애인들의 삶이 더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접촉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보기 어려운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인가?

시끄럽고 위험하다고 노키즈존이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 누구라고 한들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서 더불어 살려고 하지 않는 사회는 불안하게 느껴진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행을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역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누구의 삶과 누구의 삶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저자의 단단하고 행복한 삶을 엿보며 부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삶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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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상담 -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최고야.송아론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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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가 담긴 책이다.

상담소 원장 엄마(최고야)와 작가 아들(송아론)이 함께 쓴 책으로, 다양한 심리상담사례를 통해 심리증상에 관한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기초적인 원리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칼을 들고 상담소에 온 남자, 독박살림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딸,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안증과 남자혐오, 공황장애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남편, 강박증 때문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딸, 엄마의 차별로 인해 동생을 죽이고 싶은 형,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칼로 친구를 찌른 남자, 시누이로 인한 피해망상, 고부갈등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가스라이팅을 하는 여자 친구 등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세하고 촘촘하게 상담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마치 실제로 상담실에서 참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상담 관련 기본 용어에 대해서 교과서처럼 설명이 친절하게 되어 있어서 전문용어가 나와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매 사례마다 드라마를 보는 듯이 몰입도가 높았다. 내가 내담자 입장이 되어서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었을 때 울컥하개 되고, 상담자의 논리정연한 사이다 발언이 멋있었고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했을 때 느껴지는 통쾌감도 강렬했다.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고 목차를 보고 내가 관심 있는 사례부터 읽기도 좋은 책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두꺼운 거? ㅋㅋㅋㅋ 거의 500페이지 가까운 벽돌책이다. 다양한 사례와 심리상담기법을 많이 많이 담고 싶었던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성공 사례만 실어서 그런 거겠지만 너무 다 해결되고 해피엔딩이라 다소 비현실적인?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 책에 나오는 사례에 하나도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갈등이 있고 심리증상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롭다면, 자녀를 키우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그리고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p219 나는 이들이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사회의 피해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손길을 건넸으면 그들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는 원장님과 이야기하다, 불현듯 한 지인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타인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시기가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때는 심리상담을 공부하지 않을 때라 그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그 사람은 자기는 어린 시절부터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라고 했다. 심지어 가족에게서도 그런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자기가 힘들어할 때 받아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에게서조차 이해와 인정을 받지 않고 살다 보니, 똑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괴로움을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것처럼, 자신도 타인이 괴로워하는 걸 인정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나는 이들이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사회의 피해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손길을 건넸으면 그들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p486 과거에 자녀에게 잘못한 행동(폭언, 폭행, 학대, 강압, 부부사움, 방치 등)을 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사과했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시간이 해결한다면 미투 운동이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녀에게 진심 어린 모습으로 사과하는 것이 그 어떠한 심리치료보다 탁월한 효과임을 명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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