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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 마약, 그뿐인 삶.
그러나 그 이전에 순수함이 있었다
'인간실격'은 드라마로도 나온적이 있고, 아이유가 효리네민박에서 읽었던 책이기에 이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을 보며 처음엔 이렇게 추측했어요. 인간으로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술, 마약, 폭력 등 범죄를 일으키며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수준 이하 사람의 이야기.
책을 읽고 나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은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오히려 사람들의 양면성과 그 관계를 두려워하여 술,마약,여자를 가까이 하게 됩니다. 고등학생 때 부잣집 도련님이 아닌 하숙집 생활을 하면서부터 누군가 쳐들어 올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에 휩싸여 싸구려 술을 먹게되면서 학업도 그림공부도 포기하게 됐으니까요.
주인공 요조의 이야기
어린 요조는 순수하고 착합니다. 다른사람이 주는 물건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아도 거절하지 못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도 것도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우물쭈물하며 공포감에 몸부림 칠 정도'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다른사람'에는 자신의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차적인 가족과의 관계가 잘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유모의 손에 길러진 요조는 온실속의 화초 같다고나 할까요.
이 책의 결말을 보면, 차라리 버릇없는 반항아로 자랐다면 슬픈 결말은 아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 책 후반부에서 자신의 3번째 여자인 요시코가 다른남자와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고도 요시코를 신뢰의 여자라고 표현하며 혼자서 고뇌하는 모습은 요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요조가 이렇게까지 술,마약,여자에 의존하는게 쉽게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여자에게 쉽게 키스해주고 마음을 내어주는 헤픈 모습이 지금시대에는 이해되는게 더 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1948년이라는(2차 세계대전 패전)시대적 배경과, 주인공 요조의 상처받기 쉬운 감수성 등을 종합해 보면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정신병원을 거쳐 한가한 시골에서 요양중일 때의 나이가 27살이었다는 사실. 평범한 생활로부터 멀어진 요조의 삶은 대체 얼마나 피폐한 일상이었을지 안타까웠습니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을 읽고서 작가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있을까요? 요조와 다자이 오사무는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책 뒷장의 작가연보에서 요조와 닮아있는 부분을 추려보았습니다.
부잣집아들로 태어난 점, 청소년기에 매춘부 여성을 만나게 된 점, 연인과 자살시도를 했지만 본인만 살아남은 점, 여러번의 자살미수, 남편이 있는 여자들과 복잡한 관계..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듯 합니다.
실제로 작가가 이 소설을 쓰고 한달 후 미망인과 투신자살했다는 글귀를 보고서 책에서 실현되지 못한 요조의 삶의 마지막 줄이 작가에 의해 실현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조의 한 친구, 세 여자
아래 인물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요조의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1) 화실에서 만난 '호리키' - 이 친구로부터 술, 담배, 매춘부, 좌익사상을 배웁니다. 호리키는 늘 얘기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요조는 무시무시한 침묵에 빠질 염려가 없다고 생각하며, 술 등이 인간에 대한 공포를 달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2) 히로시마에 남편이 있는 매춘부'츠네코'
동반자살하지만 결국 요조만 살아남습니다.
3) 호리키 집에서 우연히 만난 여기자 '시즈코' - 모녀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요조는 스스로 떠납니다.
4) bar 맞은편 담배가게 '요시코' - 요조가 정신병원에 갈 때 까지 짐을 챙겨주는 인물이죠. 이 장면을 보며, 요시코가 다른남자에게 겁탈을 당했던 건지 스스로 관계를 맺은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지만, 후자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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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로 속이면서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간이 난해한 것입니다. 인간은, 끝끝내 저에게 그 오묘한 진리를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p27
저 자신도 섬뜩할 정도로 어둡고 참혹한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가슴속에 기를 쓰고 숨기고 있던 내 정체야, 겉으로는 쾌활하게 웃고, 또 다른 사람을 웃기지만, 실은 이렇게 어둡고 참혹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야. 어쩔 수가 없어,
p44
무서워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모두가 나를 좋아하면 할수록 나는 무서워서, 모두로부터 멀어져 가야만 하는,
이 불행한 병적인 버릇
p10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