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ㅣ 그래 책이야 44
고수산나 지음, 유준재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창작을 좋아하는 우리집 어린이! 지식책은 한 권을 읽기가 참~ 힘든 편인데, 창작책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창작만 달고 사는 우리 아이, 요즘은 잇츠북 그래 책이야 시리즈를 즐겨 보고 있는데요. 초등학생들의 공감과 재미를 보장해주는, 정말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잇츠북어린이 그래 책이야 입니다.
얼마 전, 율이가 좋아하는 고수산나 작가님의 신간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를 읽어봤어요. 역시나,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줄줄 흘러 율이도 엄마도 눈물까지 쏙 빼게 만든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글 고수산나 그림 유준재
잇츠북어린이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은 선우는, 악당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합니다. 망토를 입고 최첨단 기능이 있는 옷과 가면을 쓰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멋진 영웅! 선우는 그런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어요.
만화를 보며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네요. 요즘 우리집만 봐도, 저희집 어린이는 미니특공대라는 만화를 보며, 마치 자기가 볼트가 된 마냥 영웅놀이를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참 귀여운 모습이에요.
슈퍼히어로가 되기에 손도 작고 키도 작은 선우! 어렸을 때 집을 떠난 엄마로 인해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할머니가 암에 걸린 후로는 아빠와 단둘이 살았는데, 작년에 아빠마저도 공사장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건설회사 사람들과 보험회사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언성을 높일 때, 고모가 선우에게 이어폰과 노트북을 주며 슈퍼히어로를 만나게 해주었는데요. 멋지고 특별한 영웅을 보고 있는 그때만큼은 아빠를 잃은 슬픔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선우는 영웅을 향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네요.
겨우 초등학생인 선우에게 슬픈 일이 이렇게 연달아 일어나다니~ 선우의 모습이 짠한 듯 몰입하며 책 속으로 빠져들었어요. 자기는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까지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구나 - 라는 생각이 든다니, 우리 딸, 철 들은 걸까요?! ㅎㅎ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 선우! 할아버지와 알콩달콩 티격태격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선우가 기특하고 대견한 것 같다는 우리집 어린이에요.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클 텐데,,, 라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찾아온 할아버지의 친구 송씨 할아버지는 슈퍼맨을 좋아하는 선우에게 "느그 할아버지가 진짜 슈퍼맨이여~" 라고 말합니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 그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단박에 끊어버렸으니 말이에요. 손자를 돌보기 위해 친구 생일 술자리도 마다하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손자 선우에 대한 사랑을 묵묵히 느낄 수 있었어요. 글을 읽으며 가슴 한 편이 아리면서도 따뜻해지더라구요.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은 선우의 꿈을 반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위험에 처한 새끼 고양이를 구해주다가 다리를 다치게 된 선우는 깁스를 하는 바람에, 할아버지와 등하교를 함께 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가던 중, 길에서 유치원 버스의 빗길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버스가 굴러떨어진 저수지로 달려가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구조해요. 선우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정말 슈퍼히어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평소에 선우가 바라 본 할아버지는 주름이 쭈글쭈글, 힘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괴력을 발휘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걸까요?! 자기가 동경하던, 꿈꾸던 영웅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설레는 선우의 모습이 귀여웠어요.

할아버지의 멋진 활약으로 장한 의인상까지 받고, 기분이 좋은 선우는 그날 밤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버스를 구하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꿈속에서 슈퍼히어로가 된 선우! 갑자기 쉬가 마려워 깨는 바람에 아쉬워하는 찰나, 할아버지 방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데요.
"영준아, 니 새끼 걱정에 하늘에서도 눈을 못 감고 있지야? 걱정 마라, 내 몸이 부서지도록 일해서 네 아들 내가 잘 키울란다. 잘 멕이고 잘 입히고 대학교까지 잘 갈칠란다."
아빠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울먹거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선우는, 뇌가 멈춰 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나는 바보야, 할아버지가 슈퍼히어로라면 왜 아빠를 구하지 않았겠어? 슈퍼히어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구하는 건데."
결국, 할아버지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따끔따금 아파오는 선우! 엉엉 울기 시작해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왜 아무도 아빠를 구해 주지 않았어요? 슈퍼히어로는 다 가짜에요." 어린 선우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읽는 율이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히나 봅니다.
선우와 할아버지가 끌어 안고 우는 모습을 얼마나 오래동안 보고 있었을까요?! 그 둘의 슬픔을 고스란히 같이 느끼며 같이 슬퍼하고 있는 모습에 우리 딸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율이도, 엄마도 같이 눈물을 흘렸던 이 장면! 정말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슈퍼맨 선우할아버지 이야기가 시작되고, 우리 반에 정말 슈퍼히어로가 있었다며 말씀하시는 선생님! 하지만, 선우는 세상에 슈퍼히어로는 없다며 한숨을 쉽니다. 슈퍼히어로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며 묻는 선생님의 말씀에 초능력, 최첨단 무기, 멋진 옷을 얘기하며 신난 아이들인데요.
슈퍼히어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희생해서 남을 구하려는 마음이라며, 우리가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없는 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하지만, 선우는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슈퍼히어로는 세상에 있을까요?!

가끔 아이들과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운 사고를 접할 때가 있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자세히는 아니지만, 사건 사고의 상황을 설명해주면, 아이들도 같이 슬퍼하고 속상해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그럴때, 누군가가 나타나 멋지게 구해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 아이들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번개맨, 번개걸 옷을 입고 악당을 물리치며 내가 다 구해줄거라는 영웅 놀이를 할 때에 마냥 귀엽게만 생각했었는데, 아이들 마음 속에도 슈퍼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나 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구에게나 슈퍼히어로는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율이는 엄마를 나만의 슈퍼히어로라고 얘기하는데요.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는 나를 위한 일이면 못하는게 없으니까! 라고 배시시 웃네요. 마치, 선우할아버지가 선우를 위하는 마음과 똑같다고나 할까요?! 선우의 아빠도 그런 할아버지와 선우를 하늘에서 웃으며 보고 계실것 같아요.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따뜻해지기도 한 『우리 반에 슈퍼히어로가 있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