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일 - 재수 x 오은 그림 시집
재수.오은 지음 / 창비교육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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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재수 작가님의 귀여운 유머코드를 좋아했는데

오은 시인님과 콜라보한 그림시집 마음의 일이 나왔다!

 

역시나 연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톤과 선의 변화번지는 느낌

처음부터 남겨 둔 여백이 다르고지워낸 부분이 달랐다.

 

시가 배치되는 형태도

기울었다가떨어졌다가곡선을 그렸다가

 

시를 그림으로 옮기려면,

시 속에 항상 시각적인 단서가 있는 게 아니라서

작가님이 새롭게 해석한 부분도 있을 텐데

그림과 시가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것 같다.

 

작가님의 센스가 이곳저곳에 보여서 좋았다.

<자라는 이야기>에 나온 무지개처럼.

 

분명 연필로만 그렸는데,

굳이 7칸을 나눠다른 톤으로 칠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시 한편 한편을 문에 비유해서

목차 소개로 이어지는 컷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책이 끝날 지점에도 다시 한 번 등장해 좋았다.

 

작은 컷들이 연속되다가,

마침내 전체를 메우는 그림이 등장했을 때

받는 울림들이 있다.

 

!’소리와 함께 덮이는 책장 모습에

어쩐지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읽는 동안 특별한 언급 없이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왜 그럴까 했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알았다.

 

이 책은 별자리 같은 책이다. 1년 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도 있고 특정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별자리도 있다청소년기는 특정 시기이지만그 때의 고민은 성장한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이 별자리에서 저 별자리로 옮겨 가면서 마음의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질지어떻게 통하고 어긋날지 아무도 모른다마음 때문에 힘들고 마음 덕분에 힘 나는 일 속에서 우리는 자랄 것이다몸이 다 자란 후에도 마음은 더 자랄 수 있으니까.” 

-<에필로그-오은의 마음>

 

어쩐지 책을 읽고 나니

문득문득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맘에 드는 시가 여러 편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첫사랑>이라는 시가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짧은 시인지라인용해올 수 없으니

꼭 책으로 읽어보시길!

 

마지막으로

청소년기에도지금에도 공감 가는 구절을 인용하며 마친다.

 

--

 

장래는 슬몃슬몃 다가오는 것이었다가

느닷없이 닥쳐오는 것이었다가

아직은 아니라고

불투명할 만큼 멀리 있다가

멀리 있어서 약속되거나 기대되기도 했다

 

희망은 보이는 것이었다가

순식간에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가

그래도 다시 품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파도처럼 산산이 부서지기도 했다

 

-<장래 희망>

 

 

--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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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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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다른 이를 위해 용기를 내고, 그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의 삶에서도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순간은 무엇보다 빛난다. 주인공인 희덕과 계월도 누군가를 위해, 때로는 서로를 위해 내린 결정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주어진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떠난 여성들은 역사적 기록에서 자취를 감춘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런 공백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그들이 어디까지 다다랐을지 궁금해진다.

 

2015년 웹툰 루시드 드림의 그림·연출 담당으로 데뷔한 김나경의 첫 소설 1931 흡혈마전

202012월에 출간된 따끈한 신작이다.

저작 목표가 뚜렷한 작가가 쓴 작품답게,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참신한 출발에,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기대감을 물씬 끌어올렸다.

 

---

 

나이는 너보다 여덟 살이 많지만, 다행히 학교에 다닌 여성이라도 아내로 괜찮다 하는구나. 요샌 여자가 학교에 다니면 혼처를 찾는 것도 퍽이나 어려운 일이라던데 이 얼마나 기쁜 일이니.

 

여성이 공부한다는 것이 하자로 취급받던 시절,

할아버지의 다행한 유언으로, 고향을 떠나 진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갓 입학한 주인공, 임희덕.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은 어땠나. 그날 일본군은 흰옷 입은 조선인들을 길가에 세워 놓은 짚단인 양 칼로 찌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작년 광주 학생 운동을 생각하면 할아버지는 더욱 핏대를 세웠다. 어린아이들도 제대로 배워야 움찔하기라도 한다는 생각이 그 후로 머리에 박힌 모양이었다.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예상 독자들과 나이대가 비슷한 일제시기 학생들의 독립 운동이 소설 속에서 반복되어 언급된다.

 

이외에도 나혜석, 허정숙 등의 실존 인물과,

병인양요, 헤이그 특사 파견 등의 실제 사건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스쳐가듯 언급되는 것이라도, 배경 조사가 밑받침 되어야 자신 있게 뱉을 수 있는 법.

소설을 읽는 동안, 작가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을까-싶었는데

역시나 소설 끝에 작가가 참고한 자료들이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소설의 부제목조차 근현대 소설에서 따왔을 만큼 디테일에 강한 작품이다.

 

(내가 느꼈던 또 다른 디테일 중의 하나는,

작가가 등장인물을 서술할 때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우선하지만,

간접적으로 지칭할 때는 모든 인물에 라는 대명사를 사용해 중립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었다.)

 

---

 

이야기는 진화여고보에 새로운 기숙사감으로 계월이라는 수상쩍은 인물이 부임해 오며 본격화된다.

 

부임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매력으로 학생들과 선생 모두를 사로잡은 계월.

그리고 그와 서서히 가까워지는 희덕.

 

두 주인공의 케미도 좋았지만,

주인공 측근의 인물들 하나하나가 할 말은 참지 않는 화끈한 성격인지라

흔히 말하는 고구마구간 없이 술술 읽어나갔던 것 같다.

 

“(생략) 그 사람이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지아비가 누구인지를 보고 알 수 있는 법이네.”

그 사람은 지아비가 없습니다.”

보증해 줄 사람이 없다라……. 그렇다면 누구의 딸인고?”

희덕이 대답했다.

그분은 단지 그 자신일 뿐이에요.”

 

(위에 인용한 구절은 앞선 리뷰어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문장.)

 

일련의 사건을 해결한 뒤의 두 주인공에게 보이는 신영회 사람들의 반응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한계를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우리의 멋진 여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역사에서 지워질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그 이름은 이제 쓰지 않아.”

그래,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가 있는 법.”

백작은 계월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도 맞은편에 앉았다.

난 꽃이 아니야.”

 

창비에서 나온 작품은 간혹 읽어봤어도

카카오페이지, 그것도 장르문학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 편견을 넘어 재미있게 탐독할 수 있었다.

 

작가가 웹툰으로 데뷔했던 만큼

1931 흡혈마전의 시각화를 기대하는 독자들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본 단행본의 매체를 바꾸는 것도 기대가 되고,

작가가 집필할 다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작가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축하하며, 다음 행보를 기다려 본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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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K 한국사무국 해설 6급 출제기관 공식 기출문제 HSK 한국사무국 해설 출제기관 공식 기출문제
HSK한국사무국출판부 엮음 / 한국HSK사무국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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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문제집인데 오타가 많아서 신뢰성이 떨어짐. 성조 한어병음에 오탈자가 있는건 그렇다치고, 잘못 띄어 읽어 해석이 틀리거나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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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련님(坊っちゃん) <나쓰메 소세키> 문학으로 일본어 공부하기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なつめ そうせき) / 유페이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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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훑어만 봤는데요, ‘문학으로 일본어 공부하기‘라고 쓰여있어서 번역이나 해설도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일본어 문장만 있습니다. 다른 분들 구매시에 참고하셨음 좋겠네요. 그리고 후리가나가 한자 위에 써있거나 괄호 안에 표기된게 아니라, 한자 바로 옆에 쓰여있어서 가독성이 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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