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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하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얼음조각을 수놓은 듯 작고 하얗게 빛나는 11월의 첫 눈

바람을 타고 말간 빗방울처럼 뺨에 가 닿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하얀 눈들... 그 속에 한참을 서 있다 문득 법정스님의 글에 인용되어 있는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진종일 일없이 앉았노라니

하늘이 꽃비를 뿌리는구나

내 생애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표주박 하나 벽 위에 걸려 있네 

 

훅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길을 걷다

홀연 불어 들어온 시 한편이

화두처럼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내 생애에 남아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유한한 생의 길 위에서 나는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남겼으며,

그리하여 지금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누가 됐건 한 생애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찬란한 아침햇살과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에게 고루 주어진 것처럼

즐거움이 되었든 괴로움이 되었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그 빛으로 새 날을 이루어야 한다고.

 

나는 과연 그러한 존재로 살아왔는가.

아니,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은 모두 접어두고서라도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가.

 

어둠이 걷히고 빛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 아침에

나는 진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시절의 어둠은

스스로가 빛이 되지 못함으로 인해 화석이 되어버린

생의 흔적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무엇으로 빛을 삼을 것인가.

그것은 생을 긍정하는 마음이다.

첫눈을 맞을 때의 설레임처럼.

나비가 되려는 애벌레의 꿈처럼

봄이면 다시 꽃으로 피어나리라는 어린 씨앗의 믿음처럼

나라고 믿었던 생의 껍질을 벗어내고

다시 빛 아래 서야 한다.

 

가슴에 물기가 어려 온다.

스님의 글이 오늘 내게 희망이 되었듯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리라.

첫 눈이 내리는 이 계절, 설레임으로

스님의 책 <아름다운 마무리>를 가슴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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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NOW>.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이 사회에 부단히 명상서적을 소개해오던

류시화 시인의 노력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에크하르트 톨레의 신작 <A NEW EARTH>를 읽으며,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다린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나의 기대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부제 그대로 이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들에게

지구차원에서의 삶과 존재에 대한 매우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 나는 톨레가 들려주는

죽음을 앞둔 어느 여인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이야기는 마치 할머니가 손녀에게 조근 조근 삶을 풀어내며

따뜻한 가슴으로 이 삶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라고 전해주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움켜쥐는 마음이 아니라 그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면 삶은 고통이 아닌 기쁨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것을.

이 삶은 우리에게 그것을 깨우쳐주기 위한 하나의 장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옮겨본다.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학교 교사였는데

암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몇 달밖에 못 살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톨레는 상담가로 일주일에 두 번씩 그녀를 찾아가곤 했는데,

어느 날 그녀는 몹시 절망하고 있었다.

그녀가 매우 소중하게 아껴오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매일 반나절씩 그녀를 간병하러 오는 여성이 훔쳐간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이 무자비하고 냉정한 간병인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때 톨레는 한 가지 명상을 제안하였다.

그녀의 삶의 이 시점에서 한 개의 반지 또는 다른 어떤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그리고 언젠가는 두고 떠나야 할 그 반지를 내려놓는 일로 인해

당신의 존재가 줄어드는지를 물었다.

그 물음의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곧 그 반지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자신의 존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뒤 그녀의 육신은 점점 더 허약해져 갔지만 그녀는 더욱 빛이 났다.

마치 그녀를 통해 빛이 비쳐 나오는 것처럼.

그녀는 죽기 전 자신의 소유물 대부분을 나눠 주었으며,

몇 가지는 반지를 훔쳐갔다고 의심했던 여인에게도 선물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기쁨은 커져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고 전화를 하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죽기 전 욕실 약장 안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간병하는 여인이 그 반지를 되돌려 놓았는지 아니면 내내 그곳에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삶은 의식의 진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경험만을 우리에게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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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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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은 언제나 멀리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누군가 내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네' 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는, 행복이란 그리 멀리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스님은 행복의 비결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행복의 조건은 단순한데 있다.

 가을날 창호지를 바르면서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창에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 때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가.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하나 둘 붙잡고 있는 욕망들, 어떤 집착하는 마음들...


그래서 스님은 머물지 말 것. 안주하지 말 것. 버리고 떠날 것을 말씀하시나 보다.

그것이 곧 나답게 사는 길이며 나답게 사는 길이 곧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스님의 마음이,

그리고 그 마음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낸 류시화 시인의 정성이

이 겨울, 이 책을 잡고 있는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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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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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서걱이며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책 한 권을 펼쳤다.

그곳에서 시 한편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매 순간

인간의 손으로 지어지지 않은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라.

 

하나의 산, 하나의 별

구불거리는 강줄기

그곳에서 지혜와 인내가

너에게 찾아오리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에서

 

 하나의 산과 하나의 별

구불거리는 강줄기 속에서 나는

내안의 복잡한 것들이 씻겨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잠이 들었다.

밤의 깊은 품 속으로, 아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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