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를 보다 - 전 국립수목원장 신준환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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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무를 보다 - 신준환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는 은행나무가 참 많았어요. 놀이터로 가는 지름길에는 높은 담장이 있었는데, 그 담장에 오르려면 옆에 있는 은행나무를 탈줄 알아야 했습니다. 하도 많은 아이들이 오르내리던 나무라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많았지만, 의자처럼 직선으로 곧게 뻗은 나뭇가지는 여자애들만의 쉼터였어요. 그렇게 추억이 서려있는 은행나무가 지금은 그 동네에 가면 은행냄새가 진동해서 여기저기 피해다니느라 바쁩니다.

 어렸을 때 오르던 그 은행나무 이후로 여기에 어떤 나무가 있다, 저기엔 어떤 나무가 있다는 의식 자체를 안한 것 같아요. 바깥 어디를 가도 나무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나무를 보다'를 읽게 되었을 때는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 오직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채웠을까? 하는 궁금증부터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은행나무 하나로 예전 동네의 기억을 떠올리 듯, 나무에는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 나무는 커갈수록 점점 더 혼자가 되어간다. 나중에 엄청난 크기로 자라면 엄청난 적막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적막은 묘한 울림을 자아내어 바람을 조금도 느끼지 못해도 가지 끝은 우주의 율동을 감지한다.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와 앉아도 그만큼 내려앉고,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가도 그만큼 떨린다. 고요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성찰의 힘이다. '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에서 정말 오래된 나무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나무를 보면 주변에 있는 나무가 순식간에 배경화면이 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어요. 크기가 다른 나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눈 앞에 그 나무밖에 보이질 않았어요. 그 나무도 오랫동안 엄청난 적막을 이겨낸 듯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까지도 웅장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도 커가면서 정말로 혼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혼자가 될 일이 많아지는 거 같습니다. 지금 제가 딱 그걸 느낄 시기인 거 같아서 이 부분이 기억에 더 남는 거 같아요.


 

 

 '우리가 검소하게 사는 것은 꼭 저축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검소한 사람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지만 욕심쟁이는 늘 후덥지근한 공기에 둘러싸여 느림보가 된다.'


요즘 들어 '검소'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엄마가 가끔 저를 보면서 '검소'하게 좀 다니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건 제가 외출하려고 준비하는 모습, 차림새 등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었지만, 가끔 너무 과한 것에 치중하다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부족한 가운데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라는 타이틀이 눈길을 잡았어요. 제가 마음만 조급해서 모든 것에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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