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춘기 시절에는 성장통을 겪는 것 같다. 그 성장통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구별짓고 새롭게 도약하여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열병에 걸린 적이 있을 것이다. 몸에 열이 심하게 올라 이불 속에 누워 끙끙 앓으며 식은땀을 흘릴 때, 나는 악몽을 꾸었고 그 옆에서 엄마는 내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 놓으셨었다. 이 소설은, 어릴 때의 그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소설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세상이 더욱 크고 광대해 보이는데- 그 속에서 살아 나가라고 운명과도 같이 내게 요구하는 그 느낌. 자궁에서 빠져나와 탯줄이 끊기는 그 막막한 심정 같은. 이 소설은 먼 옛날 조상으로부터 전해온 기억이 세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서 시작한다. 악몽. 늦잠을 자도 모자랄 나이에 잠자리에 들기를 무섭게 만드는 무서운 이미지들. 그 이미지는 프랑스 브르타뉴의 거칠고 깊은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맞물려 독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한다. 줄거리 역시 매우 탄탄하고 흠잡을 데 없지만, 내가 이 소설에서 칭찬하고 싶은 것은 단연 소설이 그리는 분위기와 이미지이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악몽과 계시가 맞물리는 소설. 아름답다. 무섭지만 아름답다. 이 두 가지 형용사의 결합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표지를 보고 너무 반해서 덥썩 골라 읽었는데, 정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진짜 이 책 표지.... 너무 잘 만든 것 같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