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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봄
이인애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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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던 읽기 시작하면 다 읽게 되는 책!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읽긴 했지만 정말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잘 읽기히도 했지만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ㅎㅎ 놓을 수 없는 마법에 걸리는 책.
내용이 가볍고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다.
다소 무겁고 짠하고 마음도 쓰이고..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한 책이다. 자꾸만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

이혼을 했고, 아이는 빼앗겼고, 그마저 나중에는 못 만나고.... 보증금과 월세 비용이 같은 산동네 원룸에 살면서 힘겹게 일을 하는 그녀. 박선애.
선애와 같은 회사 카페에서 일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연아.
소설은 선애의 삶과 연아의 삶을 선애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왜 지금에 이르렀는지도...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사회의 약한 부분을 잘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다면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을까? 관심도 안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선애의 삶에 연아는 들어왔고 그런 연아를 대하는 선애를 통해 우리는 많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가 살고 았는 이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작가는 장애인들의 삶의 무게를 정부와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미래가 오길 바란다...

작가가 쓴 <창수야, 언니가>라는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움에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보고 싶었다. 그저 한 번만 더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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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 허수경 시선집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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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작가님의 시와 그 시를 고를 젊은 작가님들의 글을 함께 볼 수 있는 구성이 정말 멋지다. 받자마자 뭉클...
가슴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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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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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_보다 #SF보다서평단 #SF보다_얼음 #문학과지성사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SF 보다>의 첫 번째 책은 '얼음'이 주제어다. 여섯 편의 글이 실려있다. 요즘 SF에 관심이 생겼는데 정말로 반가운 책이다. 가제본 서평단은 참 설렌다. 어떤 표지의 책으로 나올까, 아직 다른 사람들은 안 본 책이라는 묘한 설렘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한다.

<얼어붙은 이야기> 곽재식
만약 나에게 죽음의 순간이 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봤던 드라마에서처럼 천사라도 나타나 줄까? 이 글에서는 생사귀가 죽음의 순간에 나타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생사귀의 질문은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우주 머나먼 공간 많고 많은 존재들. 그 중 하찮기 짝이없는 인간. 그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을까?
확실히 신선한 구성의 이야기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어떤 소설의 주인공인지도 안다. 이런 말로 시작하는 소설. 신선하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채빙> 구병모
'사한'이라 불리는 주인공은 채빙하는 사람들을 본다. 채빙은 힘든 일이라서 그들의 안녕을 사한에게 빈다. 주인공의 정체성이 가늠되지 않아서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얼음새꽃을 가지고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자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이 이야기는 장편으로 만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흥미롭다.
*그들은 답 없는 날들을 신에게 호소하면서도 언제나 스스로 답을 찾아내곤 하는 발전적인지 호전적인지 모를 속성을 지녔다 하는데..
*살아 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뜻 같아서 좋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죽음과 불모로부터 시작한 사람들이니까요.
*알지 못하는 속삭임이 내부의 정적을 건드려, 기화한 기억을 다시 액화한다.

<얼음을 씹다> 남유하
너무도 추운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은 죽은 자를 묻을 수가 없다. 실내 온도도 영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는 그 곳은 사람이 죽으면 '죽은 자의 언덕에 시체를 묻는다. 매장이 아닌 매달아놓는 방법으로 묻는다. 아이의 죽음과 묻으러 가야하는 엄마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다. 조금은 끔찍하고 아주 많이 현실적일 것 같은 이유로... 읽으면서 많이 괴로웠던 소설이다. 정말로 우리에게 닥칠 미래가 이런 모습일 것만 같아서, 어쩌지 못하는 무서운 모습일 것만 같아서..
더 끔찍한 것은 그런 시대에도 빈부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 훨씬 더 극단적이겠지.. 사람이 사는 세상은 참으로 끔찍하다.

<귓속의 세입자> 박문영
혜빈에게는 세입자가 있다. 참으로 이상한 존재. 2034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라간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경기는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ㅎㅎ
인간과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고 간결하고 중립적인 이름을 선택하는 세입자는 어쩌면 혜빈이와 비슷한 성격이기도 하고 혜빈이가 결국 원하는 것과는 다른 존재이기도 하다.
존재와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재미있다.
*애정은 불안정해요. 순식간에 광기로 넘어가요. 그러니 스스로 뭘, 왜 좋아하는지, 항상 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
*그렇게 멈춰 서다 보면 외롭지 않아요?

<차가운파수꾼> 연여름
차가운 파수꾼은 이 공간을 유지하고 지키고 있다.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살 수가 있다. 너무나도 더운 계절이다. 하지만 파수꾼이 있는 곳은 그렇지 않다.
노이의 이모는 성질과 반대되는 이름을 붙여주면 더 강한 힘을 품는다는 말처럼 차가운 파수꾼에게 선샤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돌봐준다. 노이도 이모의 뜻을 이어 션샤인을 돌본다.
노이의 처지와 선샤인의 처지가 난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는 이야기였고 살아내야 하는 이야기였다. 힘들지만...
*잠들어 있지 않은 선샤인의 침묵은 침묵이 아니다. 어떤 침묵은 세상 어느 긴 말보다 훨씬 거대한 대답이다.

<운조를 위한> 천선란
정말로 미래는 냉동 기술이 상용화되어 우리 일상에 들어오게 될까? 시간 여행을 정말 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뭐든지 다 가능한 시대이다. 또한 어떤 것도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다.
운조는 수의사다. 고치는 것도 많이 하지만 죽이는 일도 많이 했다.
연구소 사고 이후 일어난 일들. 현실과경계가 모호한 많은 일들.
읽을 수록 궁금한 이야기이다.
*시간은 같은 조건에서 언제나 같은 곳으로 흘러, 그건 우연이 아니었을 거야.

(가제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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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의 사랑 - 동인 '행성' 앤솔러지 시집
정보영 외 지음 / &(앤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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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밖의사랑 #사랑시 #사랑시집 #봄시 #시집추천 #시집 #앤드 #정보영 #문혜연 #이가인 #이은규 #차성환 #이윤우 #임지훈

며칠 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었던 시집. 소설처럼 몰입하며 읽히는 것도 아니고 읽었던 시를 또 읽게 되고 감정적으로 읽게 되는 글이 시인 것 같다.
<지구 밖의 사랑>은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볕을 느끼다가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채로웠고 신선했다.
7명의 시인의 각각의 색으로 페이지를 채웠고 시인들은 각각의 독립된 하나의 행성이다. 행성마다 행성을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있다. 놀랍게도 그걸 난 한참을 읽고나서야 발견하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글 속으로... 묘하게도 음악은 글과 닮아서 친절하게도 말을 걸어준다.
각 행성의 마지막에는 '행성 히치하이커'인 임지훈 문학평론가의 글로 마무리하고 있다.

핑크에 블링블링한 표지의 이 사랑 시집은 묘하게 쓸쓸했다. 이젠 사랑이 그리 말랑말랑한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정보영 시인의 '그립'에서는 흘러가는 내 마음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 말미에 엎질러진 물처럼 여름이 쏟아져 있었다는 말에 마음이 쿡쿡 쑤셨다. '귀 기울여 듣는 여름'에서도 잘 그치지 않는 울음을 달고 여름이 지나고 있었고...
나에게 정보영 시인은 물에 젖은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문혜연 시인의 글은 에세이가 정말 좋았다. 여운이 남아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여름을 좋아하시나요?'라는 제목에 시인은 답을 한다. 좋아하려 애쓴다고. 난 여기에서 이미 반했다. 애쓴다는 말이 뭐라고 쿵 가슴이 내려앉냐고... 여름 이야기를 했지만 사랑 이야기로 답하고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견디는 마음을 들었다. 찰나의 기쁨과 오랜 헤어짐. 지금에 와서 나는 뭘 택할까 생각해 본다.

이가인 시인의 '미미는 어디로'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잃어버릴 때까지 걷고 걷고 또 걷고를 나는 읽도 또 읽었네. 과연 잃어버릴 수 있을까?
에세이 '지속되는 한밤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에서 감당할 수 있는 슬픔만 겪고, 안일하고 싶다는 부분에 크게 "나도!!"를 썼다.ㅎㅎㅎ
탈피한 추위에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한밤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할 용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글에 역시 "나도!!"

이은규 시인의 글은 재미가 있다. 나도 모르게 실실 웃으면서 읽고 있었다. '밤의 물체 주머니'에서
그러나 나는 아직
한 사람을 포가하지 않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몰랐으면 좋겠고
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또 마음 한 자락 내려놓았다.
에세이가 깜짝 놀랄 구성이었는데 첫 편의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나를 데리고 여행하는 구성이었다. 제목도 '가도 가도 왕십리에서 버몬트 숲까지' 왕십리에서 시작된 시는 버몬트 숲에서 끝나는데 에세이도 시퀀스1은 왕십리, 시퀀스6은 메이플 숲으로 . 그런데 끝은 '우리 오래 격조했어요. 아니 어쩌면 초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출발할까요.'이다. 도착이 아니라..

차성환 시인의 행성 이름은 '까맣고 못생긴 작고 슬픈'인데 그렇게 생긴 '버섯'이라는 시가 좋았다. 버섯으로 변해버린 친구를 먹어 버릴까 고민하는 화자가 웃겼다. 그런데 결국 자기도 버섯인걸...
에세이 '희미한 슬픔만 남았으면 좋겠다'에서 잡초같은 시를 쓴다고 했는데 그래서 아무렇게나 뿌리를 내리고 신경쓰지 않았는데 깊이 뿌리를 내려버린 것 같다. 처음보다 두 번째 읽을 때 더 좋은 시였다.

이윤우 시인의 글은 '사막의 꽃'이 좋았다.
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한 사람,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있다
선인장처럼 쓰러지지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직 자기 자신의 그림자에만 기대어

여러 작가의 글이 한 권에 있으니 좋은 점은 색깔이 다른 글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 그 중에는 마음에 드는 글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표현을 보고 아픔을 표현한 말도 보고 그 안에서 삶도 보았다. 즐거운 행성 여행이었다.

(도서 지원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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