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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의 사랑 - 동인 '행성' 앤솔러지 시집
정보영 외 지음 / &(앤드)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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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었던 시집. 소설처럼 몰입하며 읽히는 것도 아니고 읽었던 시를 또 읽게 되고 감정적으로 읽게 되는 글이 시인 것 같다.
<지구 밖의 사랑>은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볕을 느끼다가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채로웠고 신선했다.
7명의 시인의 각각의 색으로 페이지를 채웠고 시인들은 각각의 독립된 하나의 행성이다. 행성마다 행성을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있다. 놀랍게도 그걸 난 한참을 읽고나서야 발견하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글 속으로... 묘하게도 음악은 글과 닮아서 친절하게도 말을 걸어준다.
각 행성의 마지막에는 '행성 히치하이커'인 임지훈 문학평론가의 글로 마무리하고 있다.
핑크에 블링블링한 표지의 이 사랑 시집은 묘하게 쓸쓸했다. 이젠 사랑이 그리 말랑말랑한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정보영 시인의 '그립'에서는 흘러가는 내 마음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 말미에 엎질러진 물처럼 여름이 쏟아져 있었다는 말에 마음이 쿡쿡 쑤셨다. '귀 기울여 듣는 여름'에서도 잘 그치지 않는 울음을 달고 여름이 지나고 있었고...
나에게 정보영 시인은 물에 젖은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문혜연 시인의 글은 에세이가 정말 좋았다. 여운이 남아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여름을 좋아하시나요?'라는 제목에 시인은 답을 한다. 좋아하려 애쓴다고. 난 여기에서 이미 반했다. 애쓴다는 말이 뭐라고 쿵 가슴이 내려앉냐고... 여름 이야기를 했지만 사랑 이야기로 답하고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견디는 마음을 들었다. 찰나의 기쁨과 오랜 헤어짐. 지금에 와서 나는 뭘 택할까 생각해 본다.
이가인 시인의 '미미는 어디로'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잃어버릴 때까지 걷고 걷고 또 걷고를 나는 읽도 또 읽었네. 과연 잃어버릴 수 있을까?
에세이 '지속되는 한밤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에서 감당할 수 있는 슬픔만 겪고, 안일하고 싶다는 부분에 크게 "나도!!"를 썼다.ㅎㅎㅎ
탈피한 추위에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한밤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할 용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글에 역시 "나도!!"
이은규 시인의 글은 재미가 있다. 나도 모르게 실실 웃으면서 읽고 있었다. '밤의 물체 주머니'에서
그러나 나는 아직
한 사람을 포가하지 않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몰랐으면 좋겠고
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또 마음 한 자락 내려놓았다.
에세이가 깜짝 놀랄 구성이었는데 첫 편의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나를 데리고 여행하는 구성이었다. 제목도 '가도 가도 왕십리에서 버몬트 숲까지' 왕십리에서 시작된 시는 버몬트 숲에서 끝나는데 에세이도 시퀀스1은 왕십리, 시퀀스6은 메이플 숲으로 . 그런데 끝은 '우리 오래 격조했어요. 아니 어쩌면 초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출발할까요.'이다. 도착이 아니라..
차성환 시인의 행성 이름은 '까맣고 못생긴 작고 슬픈'인데 그렇게 생긴 '버섯'이라는 시가 좋았다. 버섯으로 변해버린 친구를 먹어 버릴까 고민하는 화자가 웃겼다. 그런데 결국 자기도 버섯인걸...
에세이 '희미한 슬픔만 남았으면 좋겠다'에서 잡초같은 시를 쓴다고 했는데 그래서 아무렇게나 뿌리를 내리고 신경쓰지 않았는데 깊이 뿌리를 내려버린 것 같다. 처음보다 두 번째 읽을 때 더 좋은 시였다.
이윤우 시인의 글은 '사막의 꽃'이 좋았다.
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한 사람,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있다
선인장처럼 쓰러지지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직 자기 자신의 그림자에만 기대어
여러 작가의 글이 한 권에 있으니 좋은 점은 색깔이 다른 글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 그 중에는 마음에 드는 글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표현을 보고 아픔을 표현한 말도 보고 그 안에서 삶도 보았다. 즐거운 행성 여행이었다.
(도서 지원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