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렌지와빵칼>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가 묘하게 어울리는 제목. 가제본은 예쁘게도 오렌지색 표지이다.
청예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꽤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놀랍다.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다.

유치원 선생님인 영아는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이다. 싫은 소리를 잘 못하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고 행동이 거칠지 않으니 그 또한 사람들에게는 바르게 보일 것이다. '마일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삶을 산 것 같다. 적어도.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대부분은 영아와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표현하지 않은 갖가지 마음들을 참아내면서..
영아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은주가 영아의 유일한 친구여서 읽는 내내 내가 대신 분노했다. 작가는 이렇게 영아의 마음 둘 곳을 점점 좁혀가면서 영아의 숨어있는 마음을 드러내도록 도와준 것 같다.
웃음을 잃어가고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펼쳐지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진다면 정말 힘들다. 버티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런 영아를 들여다 보는 것이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을 느낄 것 같다. 우리에게 강요된 많은 것들을 쉽게 버릴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은 놓아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영아도 알면서도 되돌리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
나 또한 원장과 동일한 표정으로 텅빈 감정을 나눠주었다. 돌아서면 금방 휘발될 이 웃음은 너무 가벼웠다.

*
어떤 침묵은 어떤 발언보다 더 효율적인 법이다.

*
어떻게든 악인이 되지 않는 방식만 선택하는 건 마음 안에 용수철을 꾹 눌러두고 손을 떼지 않는 것과 같았다.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튀지 않게끔 스스로를 절제하는 일.

*
이건 환희였다.
고역 속에서 허우적기리는 삶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삶은 그것들과 완전히 동떨어져 안전하다는 기쁨이. 내 삶은 구질구질한 자들보다 곱절은 더 찬란하다는 안도가. 더러운 것들을 발로 짓뭉갤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푹죽처럼 터졌다.

*
때로는 억압이 존엄을 지킨다.
기압에 의해 몸의 형태를 유지하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처럼.

- 나는 살아있음을 무엇으로 느끼는 걸까? 내 삶은 내가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을 덮고도 많은 생각을 이어간다.

- 두껍지 않은 소설이라 빨리 읽히지만 생각을 하다보면 두께는 늘어나는 것 같다.

가제본서평단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