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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ㅣ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변현태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포마 포미치는 악의 한 가지 전형이다. 무언가에 경도--종교, 정치, 이데올로기--된 인간은 항상 주변부를 황폐하게 하거나, 어이없는 죄의식을 심어넣고, 존재하지 않는 불행을 인지하게끔 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감염된다. 그렇다면 과연 포마 포미치(오삐스킨)은 과연 그가 그리고자 한 진정한 악을 대변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가 정말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안개처럼 흐릿한, 주변부에서 존재할 것만 같은, 하지만 쉽사리 인지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악을 느끼기 시작할 때이다. 포마의 형상은 지극히 단선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현실에 실재하는 인물과는 동떨어진 인물로 보인다. 마찬가지 이유로 예고르 역시 지나칠 정도로 착하다. 알료샤나 뮈쉬낀이 가지고 있는 불가해한 행동이나 태도가 전혀 없다.
2.샤샤, 일류샤 두 인물이 모두 필요했을까 하는 문제,
3.아무리 양보한다고 해도 쁘라스꼬비야 일리니츠나는 쓸데 없는 인물이다.
4.궁핍한 환경(가난한 아이에서 가난한 처녀로, 가난한 처녀에서 가난한 노처녀로)에서 살아간 여자의 모습은 <<백치>>의 나스따샤의 희화화된 모습이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은 그의 작품들 중 너무나 미끈덩하다. 문장도 깔끔하고, 상황도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인물의 행동, 동선도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고, 예의바른 인물들로 가득차 있다. 타인의 삶의 영역에 침입하려 들지 않는다. (조금 의아스러운 한 부분만 지적한다면, 화자는 삼촌인 예고르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 예고르는 자신의 어머니를 화자에게 소개시킨다. 이게 말이 되는가? 삼촌의 어머니라면 화자를 예고르보다 훨씬 잘 알고 있을 텐데..)
후기 대작으로 갈수록 그의 문장은 점점 그로테스크해지고, 우연적, 작위적 상황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인물을 한 장소에 집결시킨다. 한때 이 작가가 폭발적인 감성을 가진 반면, 논리적 감각은 좀 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제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다. 그런 의심을 종식시켜 준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소설 같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작품이 아니라면 좋은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