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위한 변명 - 숲길 3 숲길 3
마르크 블로크 지음, 고봉만 옮김 / 한길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기실 근래에야 미시사-애널학파라고도 한다던-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되었지만 입문서 내지는 지침서를 찾기가 힘들었다. 미시사가 아무리 역사의 한페이지를 살아낸 보통사람들을 역사의 중심으로 불러 올린 것이니 그 내용이 시시콜콜한 만큼-시시하다는 것은 아님- 분량또한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섣불리 덤비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근래의 그 사생활의 역사만 하더라도 그 분량과 가격때문에 분루를 삼키고는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사연이 있었기에...

그런데 바로 그 날 바로 블로크의 이 감동적인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역사라는 것의 원뜻 그대로 서가를 철저히 탐구한 소득이라고 하겠다. 제본도 산뜻하고 첫장부터 마음씨 좋게 생긴 표현그대로 선량한 프랑스인인 블로크의 사진 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제목부터 겸손한 이 책은 본문의 내용에서도 제목과 표리부동하지 않게 저자의 사상을 온건한 어조로 밀고나가고 있다. 마치 휘기는 해도 부러지지는 않을 버드나무의 유연함처럼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온건한 어조 가운데에서도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의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역사를 모르는 자 역사를 비판하지 말라라는 한마디의 정언명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어조를 강하게 밀고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작가자신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나가다가 결국은 산화하고 말은 자신의 인생의 그림자가 이 작품에 드리워 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인생으로 보여주었었듯이 역사는 몇몇사람의 생각에 따라 변형되고 오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는 변화의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미완으로 끝났기에 아쉽다거나 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미완성의 미학이라는 것도 무시할 순 없는 부분이니까... 그러기에 악착같이 살아남아 이 책 완결 짓는 대신 선량한 프랑스인으로서 정당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그것이 이 책을 위한 '디에스 이래'가 아닐까? 이 성가로 인해서 미시사라는 신생학문은 도약의 발판을 다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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