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천원 짜리 단편에 편견이 있었다. 특별한 의미 없이 자극적인 면만을 엑기스처럼 모아둔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제목처럼 한강에서 여름밤에 거창한 것 없이 평범하게 데이트 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풀어지면서 치유를 받게 된다. 해민과 지혁처럼 현시대를 살아가는 연인들의 하루를 본 거 같아서 재미있었고 왠지 모르게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전자책으로 훼손을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접었었는데 이렇게 출간되다니 정말 감격스럽다. 처음 캘린더에서 훼손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것을 보았을 때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하지만 세월이 무색하게도 훼손의 두 주인공 성태한과 여민이는 활자 속에서 영원하다. 전자책으로 출간된 훼손 시리즈를 다시 차근차근 읽으면서 성태한과 여민이를 처음 만났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종이책과는 조금 다른 설정도 있지만 (성태한과 여민이의 나이가 한 살 씩 많아졌다. 나이차는 15살 그대로지만.) 두 사람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삶의 이야기만큼은 그대로이다. 세월이 흘러도 성태한과 여민이의 변함없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눈 깜짝할 새도 없이 휙휙 바뀌어가는 현실을 살아가는 나를 위로해준다. 시리즈는 아홉권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성태한과 여민이는 그들의 세상에서 영원히 행복할 것이기에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