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할까 말까
정재흠 지음 / 동화출판공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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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없음 + 없음 = 있음 ' 그 마법의 세계로 그대를 초대합니다. -정재흠-


개인적인 코멘트를 적어주는 듯한 느낌으로 표지 안쪽 첫 장에 적혀있는 글귀는 저자가 직접 우리네 젊은이들에게 직접 대화의 장으로 초대를 하는 듯하다. 부제에 적혀있듯 이 책은 비혼, 독신에게 들려주는 사랑토크이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 결실로 결혼을 목표로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결혼은 목표가 아닌 하나의 선택이 됐고, 그에따라 비혼이나 독신을 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해 저자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여러 가지 영화 속의 장면들과 대사, 유명한 프랑스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들의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들려주고 있다.


총 5가지 주제에 30개의 토크로 구성된 이 책은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결혼은 무덤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현시대에 사회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열거하며 이 시대의 청춘들이 택하는 비혼과 독신에 안타까운 심정에서 글을 써나간다.


애초에 인간은 하나였다. 얼굴은 앞뒤로 있었고, 팔과 다리는 네 개였으며 몸은 원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결핍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함을 갖춘 존재였다. 심지어 신들에게 도전하는 인간도 나타나자 신들의 신인 제우스는 인간을 둘로 쪼갰고 둘로 나뉜 인간은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아가는 여정이 사랑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큐피트의 화살이 아니라 에로스라는 신의 화살을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이 화살에 맞은 두 남녀는 혼미한 세상으로 입장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사랑에 빠질 때의 설렘, 기쁨은 우리가 사랑의 유효기간은 보통 2년이라는 말처럼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온갖 고난과 수난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두려움, 기쁨, 황홀함, 의심, 실연, 차분함, 강인함, 우울함의 색 등 여러가지 색깔로 덧입혀진 관문을 통과한 연인들만 비로소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며 성숙한 사랑을 즐길 수 있는 사랑 에너지까지 준다고 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사랑을 계획적이고 예측 및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결혼이라고 한다. 윤리영역에 들어있던 사랑의 권리와 의무는 결혼으로 인해 제도적, 법적인 권리와 의무로 명시화되고 특히 성행위에 대해서는 상대에게 독점적 권한이 부여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 우리가 쉽게 하고 쉽게 듣는 이야기이다. 이 결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영화 속 등장인물, 유명한 작가의 삶, 일제시대를 살아갔던 한 여인의 일화를 통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줌으로써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결혼과 결혼 후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의 불만 사항을 아르테미스 신과 요정들의 비혼협동조합 회의를 통해 말하고 있다. 비혼의 삶을 살아가는 요정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는데 실상은 한국에서 비혼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초들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주위의 참견, 사회적, 환경적 문제, 남자를 원망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비혼협동조합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마치 한국의 여성들이 늘 주장하던 이야기들이다. 가사분담, 육아 분담에 있어서 여자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요정들의 입을 통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사랑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제우스는 신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한다. 이 모습은 마치 정부가 국무회의를 하면서 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신들의 회의로 비유한 것이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개인적인 부분, 사회적인 부분, 환경적인 부분에 걸쳐 신들이 주장을 펼쳐나가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돈이 드는 것과 사교육의 문제점, 안정적인 주거공간의 부재, 무한경쟁과 성과지상주의가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주범이라고 신들은 이야기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진 것 또한 문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국가적으로도 저출산 대책이니 뭐니 하면서 청춘들을 애 낳는 기계쯤으로 오해할 수 있는 언어와 정책이 아닌 사랑을 하고 싶은 나라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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