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청년 새끼 -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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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심스럽다.

국가에서 던져놓는 청년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이미 넘어버린 나.

나보다 젊은 세대에게 '일해라 절해라'(정말 중동에 가서라도 '일해라' 어른들께 공손히 '절해라'라고 하니까) 할 만큼 뭔가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 나.

이루어 놓은 게 있다 한들 그러는 것도 웃기지만... 

낀 세대라는 말도 하나마나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나. 도대체 안 끼인 세대가 어디 있나?

그런 내가 '미운 청년 새끼'를 읽고 이 책은 이러하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다.


'청년의 입으로 터 놓는 청년 썰 잘 들었습니다.' 하는 정도에서 내가 읽으면서 떠올랐던 단상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미운 청년 새끼'는 들어가며 바로 정곡을 찌른다


"문득 청년과 청년이 아닌 것의 경계는 청년세대를 통칭해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싶은 사람과, 정의하려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나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청년을 타자화하여 분석하고, 그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자라면 그는 더 이상 스스로를 청년이라 칭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p.006


후지와라 신야는 청년일까?

일흔이 넘었는데 청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늙었잖아. 그럼에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헴하면서 청년들에게 난 젊을 때 이렇게 살았지 하는 인터뷰이가 아니라, 일본의 젊은 SEALDs 활동가와 대담을 하는 그가 적어도 고리타분한 늙은이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 불바다'(후원자 시시회를 통해 보았다.)를 보면 어떤 아저씨가 계속 권용만에게 묻는다. 

어떻게든 규정해보려고 애쓰듯 묻는다. 사상검증도 아니고 말이지.




"N포세대라는 네이밍에서부터 기성세대 가치관이 느껴지는 거죠. 출산 연애결혼을 포기한 세대라고 3포세대라고 불렀다죠?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다니 우리 청년들 너무 불쌍하다"는 건데, 저는 다르게 보거든요. 이제는 '못 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 보입니다."

p.021


도처에 오지라퍼가 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아내와 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아기는 꼭 낳으라고 한다. 자신은 늦게 아이를 갖게 돼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네네 바뀐 인생 잘 사시길. 내가 싫은 건 남에게도 하지 말고 내가 좋은 건 그냥 나만 좋으면 안 될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젊을 때 여행을 다니며 여러 경험을 쌓고 고생도 해봐야 한다는 사람들은 귀 옆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올리며 '서울 구경' 시켜주고 싶다. 나는 아내와 배낭여행을 했다. 4년 동안 전세자금 대출 다 갚고 아내가 다시 직장인 대출받은 돈 2,000만 원으로 1년 동안 배낭여행을 둘이서 함께 하였다. 대출받아서 간 배낭여행이 고생스러웠다면 내가 1년간 다녔을까? 배낭여행에 돈이 궁해도 고생스럽진 않았다. 뭐든 고생 모험 도전 극복 이런 단어들로 사는 이야기를 엮는 것이 싫다. 젊어서 돈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게 여행하지 왜 고생을 사는 여행을 하는가. 고생을 사서 한다고 그만큼 단단해지고 성장하고 사회에 나가서 인정받고 잘 살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 시대 끝난 지가 오래다. 그런데 여전히 사서까지 해야 하는 고생에 '도오전'하지 않고 '노오력'하지 않으면 삶을 포기한 세대가 되어버린다.


여행도 스펙으로 수렴이 돼버린다니 씁쓸하다.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어쩐 일로 부모님이 요즘 젊은 사람들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그래.라고 인정하시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젊었을 때는 가난하고 못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호강에 겨워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어딘가 싶었지만, 여전히 안방에는 박정희가 저 높은 곳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진 달력이 걸려 있다.



"연애의 대상은 감정과 취향, 선택권과 거부권이 있는 인간이다. 간택을 기다리는 무수리가 아니고, 쇼케이스에 놓인 케이크가 아니며, 내가 일정 레벨에 이르면 팡파르와 함께 주어지는 아이템이 아니고, 직장에서 주는 명절 선물세트가 아니다. 어떤 고난을 견뎌서 무엇을 어떻게 성취했는지, 이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를 썼는지는, 상대가 매혹되지 않는다면 하. 나. 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p.281


상대가 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관계가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말을 안 해도 알아주겠지라고 섣불리 기대해선 안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실제 생활에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아니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말도 없이 강요했던 것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이제 결혼 10년 차가 되었지만 지금도 한 번씩 내 마음을 인정받기만을 원하고 입을 닫기도 하는 나는 연애 잘 못하는 사람인가? 흑흑.


"역사적으로 '진정한 사랑'은 존재했다기보다는 존재했다고 모두가 상상하고 믿는, 언제나 현대의 인스턴트식 사랑을 비판하기 위해 호출되는 유니콘 같은 존재에 가깝다"

p.267


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이 사람이 내 생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상대를 사회나 성별에 따른 편견을 벗어나 오롯이 한 존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할 때만 유효하다. 너와 내가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대화를 할 때만 우리는 영원을 꿈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정말 그냥 꿈이라도 상관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청년은 진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나 또한 '청년은 불쌍하다, 힘들다.'라고만 대상화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그래 맞아 맞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에 그런 이야기에 책 귀퉁이를 접어두다가 완전 책 모깎기가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난 청년들이 좀 잉여로워도 괜찮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잉여롭게 살고 싶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삶을 만들 수 있는 가치들이 더 쉽게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

노력, 성장, 성공, 창조(꺄~!!)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일, 아무것도 아닌 일, 쓸데없는 일을 해도 미운 청년 새끼 취급받지 않는... 그런... 실실 웃어도 좋을 '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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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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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많이 공감하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몸소 느꼈던 바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니, 소진 증후군을 겪는 삶을 살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해서 자기를 착취했던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뭔가 찝찝하고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울분이 치미는 것이다.

https://brunch.co.kr/@fnajk7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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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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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가 어디 있다고?


"아시아에서 '빨갱이 사냥'에 가장 신경질적인 지역을 꼽는다면 중근동과 지난날의 한국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맹위를 떨치던 1970년대 중반, 몇 개월간 한국을 여행했다."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 p.43-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에세이 '여행의 순간들'을 보면 70년대 중반 한국을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목포를 여행하는 내내 감시당하고 경찰에게 심문을 당했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마지막에는 혐의가 풀린 후 경찰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경찰이 보여준 수첩에는 적군파 멤버의 얼굴 사진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흥미가 돋는다면 나름북스 출판,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의 시작에 저자는 무려 16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으로 한국의 독자를 위한 글을 실었는데, 부제가 '일본에서의 마르크스 수용 역사'이다. 독자에게 쓰는 글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부당한 평가의 근원부터 시작해서 한국과 일본에 마르크스의 학문이 들어오게 된 배경과 국제 정세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마르크스의 성장과 더불어 발전한 그의 사상을 따라갈 수 있으며 그 길은 "내가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사회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며, 끝내는 나의 성장에 대한 희망을 갖는" (32p) 것과 명확하게 연결할 수 있다. 본문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읽은 후, 입문서로서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냥 쭉 읽으면 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마르크스를 공부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소개한다.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말미에는 저자와 지도 학생의 학습회 풍경을 '체험판'으로 실어놓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책으로 입문하고, 소개한 공부법으로 읽고 공부하고, 마지막엔 함께 학습하는, 딱딱 실질적인 공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책이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라는 제목을 다시 생각해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마르크스를 처음 접하는 독자이기도 하고, 그동안 이래저래 잘못 알려진 마르크스가 아니라 '정말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라고 소개해주는 저자이기도 하겠다. 마르크스를 제대로 알게 되는 첫 만남의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잡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시절 형은 독서토론회 동아리 연합회장이었는데, 형을 따라 운동권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조그마한 서점에 간 적이 있다. 그 서점에서 형이 무슨 책을 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교(그래, 국민학교다. 쿨룩)에서 '똘이장군'을 보고 반공 만화를 사봐야 했던 나에게 서점에 당당히 꽂혀 있던 비봉출판사의 '자본론'의 위엄은 어렴풋이나마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은 아마 어떤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반공교육을 받지 않은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나와 비슷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도 이제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마르크스를 만나자. 여행에서 후지와라 신야처럼 '빨갱이 사냥'의 고초를 겪어야 했던 시절은 이제 아니지 않은가. 아니라고 확언하기에 석연치 않은 심정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더욱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두려워하기엔 김보통작가가 그린 표지의 마르크스가 너무 귀엽단 말이다. 흐흐흐.

귀여운 마르크스에게 인사.


"안녕하세요!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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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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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먹었는가?

최진영, ‘구의 증명을 읽고

 

담은 왜 구를 먹었을까?

 

구를 위한 자신만의 제의

제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 게 우리가 보통 하는 장례방식이지만티베트에선 독수리들에게 먹이로 준다담이 사는 곳은 티베트가 아니라서 독수리가 없어서 그냥 자기가 먹었나보다담은 말한다아름다운 이것을 어찌 불에 태우고 땅에 묻을 수 있나티베트 사람들은 사자가 독수리의 먹이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랐는지 모르겠지만담은 사랑하는 구를 먹고 천년을 살아 오래도록 함께하는 게 자신이 원하는 제의의 방식이었다.

 

이 글을 끝내고그리고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

내가 원하는 전부다.” (12p)

 

이 소설은 바로 망자를 위한 제문이며 동시에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록이다.

 

 

끝없는 착취에서 탈출

구와 담이 사는 세상은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실패는 예정되어 있는 것 같고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그래서 이미 진 것 같은”(93p) 세상을 살아간다출구가 없다구의 잘못이 아닌데도 물려받은 세계’(149p),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구는 그저 내던져진 착취의 아이콘이다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빚을 떠 앉게 되고 그 빚에 쫓기고 쫓기다가 그 빚에 맞아서 죽는다. “아이는 물건에도 인격을 부여하지만 어른은 인간도 물건 취급한다.”(163p) 구는 빚은 갚는 기계다그 기계는 수명이 다하면 해체되어서 이 부품은 이리로 저 부품은 저리로 고물처럼 팔려 나가야한다.

 

……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128p)

 

담은 구가 마지막까지 인간이길 바랬다그래서 먹었다구가 인간일 수 있는 방법은인간이 물건 취급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다고깃덩이로 삼켜지는 것인간의 육체로 소화되는 것기계를 먹지는 못하니까담이 구를 먹어서 구는 물건이 아닌 인간으로 죽었다.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 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나는 살아 있을 거야.”(20p)

 

그렇게 담은 구가 인간으로 죽어서 인간으로 살기를 원했다.

 

 

우울의 육화를 통한 승화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치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일반적이라면 사라진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전환하고 그 슬픔을 이겨낸다.

그런데 우울증은 사라진 대상과 자신을 완전히 동일화한다사라진 대상을 비난하는 것은 곧 나를 비난 하는 것이고 나를 버리는 것이고 원망하는 것이다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다오직 자기 안에 갇혀있다정신분석에서 설명하는 우울증의 구조다그게 심해지면 나 속에 있는 나쁜 대상을 죽이는 행위로 자살을 하게 된다담은 구를 먹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완전한 동일화를 이루고자 한다그런데 그 대상을 비난하고 죽이려하지 않는다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살고자 한다천년을 살아서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하려고 한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 틀로 보면 부정적인 우울의 증상 같지만 담은 그렇지 않다오히려 죽음이 생의 의지를 낳는다그 방법은 상대의 육신을 먹는 것우리는 몸이 기억한다.’는 말을 쓴다꿈이나 말실수 같은 것만 무의식이 아니다우리 몸이 무의식이다그 몸을 담이 먹는다구를 먹은 담의 몸이 구를 기억한다이빨과 혀가 식도가 구를 기억한다그 사랑을 몸에 새긴다.

 

애무하듯 입술과 혀로 내 얼굴을 핥다가 조금씩 뜯어먹으며 담은 울었다울면서 구야구야내 이름을 불렀다.”(166p)

 

우울이 몸으로고깃덩어리를 통해 영원을 갈구하는 사랑으로 승화한다.

 

 

사랑

우리는 누가 누군가를 엄청 예뻐하는 것을 보고 아이고 좋아서 물고 빨고어쩔 줄을 모르는 구나!’라고 말을 한다.

물고 빨고 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이다심지어 개도 좋으면 핥지 않는가사랑하는 사람을 물고 빨고 맛보고 하는 것은 본능적인 애무인 것이다사랑하는 사람의 살결을 탐하고 그 사랑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칠 때 상대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솟는 것은 아닐까작가 또한 애인과 같이 있을 때면 그의 살을 손가락으로 뚝뚝 뜯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 상상이 이 소설의 모티프라고 했다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도 느껴진다좋은 것을 입으로 넣으려는 아이그 아이가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거기에 인물들의 이야기와 고통과 슬픔이 덧입혀졌을 뿐그 안에는 오직 사랑넌 내꺼 난 니꺼 그러니까 난 내꺼 넌 니꺼영원히 돌고 돌아 끝나지 않을 사랑의 야금야금다 먹어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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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괜찮아 - 욕심 없는 부부의 개념 있는 심플 라이프
김은덕.백종민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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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삶의 이야기

일단 잘 읽힌다. 여느 미니멀 라이프 관련 번역서가 아닌 국내 작가가 쓴 책이라 문장이 쉽다. 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부장적 제도에서 부모자식 사이의 독립적 관계, 타인의 삶에 관여하는 폭력적인 오지랖, 세월호 사건과 연대의 문제 등). 미니멀 '라이프'라면 세세한 삶에 관해 이야기들을 해야할 터인데, 이 책은 일본의 편집증적 극소주의로 보이는 미니멀한 인테리어류 서적이나 미국식 과잉긍정의 자기계발류 서적보다는 한국에서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생활과 더 가깝다.

또 '미니멀 라이프를 살려면 이렇게 해!'라는 식의 강요나 주입식교육의 교과서같은 태도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어서 삐딱선을 잘 타는 나로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아닌, '내가 해보니까 이런게 좋고 이런 어려움도 있었어'라는 식. 지식의 설파가 아닌 경험의 공유. 그리고 마직막엔 없어도 괜찮지만 그럼에도 있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실험의 발견

'자발적 가난'은 모순이다.
스스로 가난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난 진짜 가난한데 살만한 너희들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거 아냐?'라고 억울함을 토로할 것인가. '누군 일하고 싶어서 하냐'고 푸념을 털어 놓기만 해야할까.
좀더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실험적(experimental)이란 낱말은, 성공과 실패의 견지에서 나중에 판단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고 단순히 그 결과(issue)가 미지인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면, 적절하다.(AO 445, 존 케이지의 말)
...
들뢰즈와 과타리는 '실험'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실험이란 결과에 의해 성립하는 게 아니라 실험 행위 자체로 성립합니다. 결과가 실패했다고 실험 자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죠.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실험'이라는 말이 실천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인,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 중에서


'자발적'인 것에 어떤 가치를 찾으려면 그 문제를 실험적 견지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발견을 위해 실험을 한다. 실험자에게 실험으로 행하는 행위들은 자발적이다. 그렇다면 삶에 있어서 다른 가치를 찾기 위한 실험으로서 자발적이라는 말을 가난 앞에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순이라도 괜찮다.

실험은 성공도 실패도 판단할 수 없다. 그래, 없어도 괜찮다. 실험은 실행했다는 그 자체로 실천적인 가치가 있다. 실패를 했더라도 그 실험을 실천했기에 발견할 수 있는게 있고 성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부부의 글들은 그래서 좌절과 극복이 무한반복하는 삶에서 알게 모르게 강요당하는 타인의 욕망을 제거하고 단순하게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배치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실험의 기록이다. 거기에 월급이라는 '믿는 구석'까지 제거한 실험이니 그 실천적인 가치는 더 무게가 실린다. 그렇게 실험을 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했기에 그들은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실험

마지막 책장을 넘긴 나는 이 책이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인지 잘 포장된 '미니멀라이프'가 될지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판단하기 전에 먼저 나를 구속했던 무언가를 비워내는 나만의 실험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나는 얼마나 없어도 괜찮을까에 대한 실험. 그런 생각 중에 '나 또한 이미 여행을 통해 그 실험을 했구나!'라는 걸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깜박하고 있었던 나의 실험.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남들 보다 더 모으고 한 발이라도 더 앞서 나가야 한다고 똥줄이 타게 달리고 있다. 그런데 여행은 그 경쟁의 트랙에서 갑자기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한 눈을 판다. 먼 산을 바라본다. ‘어, 저기 재미있겠는데!’라고 가보는 것이다. 거기에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괜찮다. 무언가 봤다면 그만큼 삶의 지평이 넓어진 것이고, 보지 못했다고 해도 그만큼 삶의 지평이 넓어진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벗어나는 것. 목적을 없애는 것. 하나의 방향에서 벗어나도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다른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다.


덧붙여 문득 생각 난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일하지 않은(?) 쥐 프레드릭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준 다른 쥐들이 있었던 것 처럼 다르게 사는 이들의 실험과 이야기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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