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의 13가지 인간의 특성을 키워드로 분류한 목차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거든요. 텍스트와는 또 다르게 그림 작품으로 보며 이해하는 인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었어요.
하루에 한 챕터씩 마인드맵으로 그리며 정리해 보았어요. 각 챕터마다 저자는 화가의 삶과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설명합니다. 분명 텍스트로 읽고 있는데 마치 도슨트 투어처럼 저자 목소리가 귀로 들리는 듯합니다.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했던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작품들을 통해 보았던 인간세계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기술은 변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아서일까요? 인간을 보는 우리의 시선만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을 생각하는 방식이 변합니다.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능력을 지성이라 생각했어요. 인간 본성을 질문하고, 생각하고, 깨닫는 사색의 시대!
화가들은 지성만큼 중요한 인간의 영혼에 눈을 뜹니다. 오직 신에게만 바쳤던 빛이 인간 영혼 위에 비추며 인간의 존재를 존중하기 시작하지요. 신과 인간의 관계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영혼을 가진 존재로 작품에서 표현됩니다. 특히 베아토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작품들에서 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궁금하시다면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저자의 말처럼 신학과 철학을 시각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요.
피렌체의 '인싸' 화가 필리포 리피, 일상의 행복을 좇는 그의 이야기와 작품도 꽤 인상적이었어요.
<이성>편에 등장하는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화가이자 수학자이며 인문학자입니다. 그는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원근법에 관한 책도 집필했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도 이를 완벽하게 적용합니다. 예술은 과학이며 수학이자 철학임을 보게 되는 작품들이에요. 이 부분을 읽으며 왜 우리는 고등학교부터 문과 이과를 나누었을까 싶더라고요. 르네상스 시대에도 이미 통합교육은 이루어졌는데 말이죠.
고대 여성은 여신으로만 존재했어요. 중세 시대에는 여성의 삶이 아닌 현모양처처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만 존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가 되어 여성을 내적인 성숙함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로 보게 되지요. 신화에 갇힌 여성을 현실로 소환한 작품들이 책에 여러 소개되어 있으니 꼭 감상해 보시면 좋겠어요.
인간에게 역대급 호기심을 느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작품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예수를 삼각형 구도 안에 넣어서 그린 이야기,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숫자로 예수의 얼굴을 정확히 33cm 사이즈를 맞춘 것, 또 식탁 위 음식에 대한 이야기, 최후의 만찬의 제작 방식 등등. 작품 하나에도 감상 포인트는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또, 감상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위치를 고려하여 작품 공간을 재구성했던 화가들의 독특한 원근법 설명도 흥미로웠어요.
이상적인 원근법은 인간의 눈보다
살짝 낮게 그리는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의 설명을 듣고 보니 작품은 새로운 세상이네요. 작품 공간에 공기의 밀도와 공간의 깊이감을 아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책 기획을 잘 한 것 같아요. 사실 책에 실린 여러 작품 사진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익숙한 그림입니다. 작품 설명만 있었다면 이 책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림 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의 삶으로 연결시킨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복원사가 느끼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작품 속 깨달음을 잔잔하게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좋았어요. 저자의 지식과 감정이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나의 눈으로 예술을 보는
주체적인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예술을 보는 주체적인 힘은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 새로운 눈은 관찰과 질문에서 시작하겠지요? 저자의 다정하고 섬세한 설명으로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