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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이름 - 정수일 평전
차병직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평점 :
일곱개의 이름: 정수일 평전
차병직
창비
정수일, 무하마드 깐수 그리고 실크로드 전문가로 나뉘어 기억되는 이의 지난한 삶을 다룬 책이다.
그 정수일, 그 무하마드 깐수, 그 실크로드 전문가분 맞다.
살면서 여러 이름을 가졌으나 늘 걑은 한 사람.
조선족으로 중국 간도에서 태어나서 베이징대학 시절에 국공내전 이후의 신중국을 경험했고,
중국 국비유학생으로 이집트에 가서는 나세르 혁명 이후 카이로를 경험했고, 그리고 중국 외교관으로 파견된 모로코에서 알제리 독립 전쟁을 경험한다. 그러고 나서 북한으로 국적으로 옮기고 아랍어 교수로 일하다가 마흔다섯이라는 나이에 스파이로 부름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의 삶을 따라가자면 저 모든 배경과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배경 설명과 함께 잘 전해 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당시 한창 뜨거운 국제 정세 한복판을 살아낸 전반부 그의 삶은, 읽고 있자니 공부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만큼 좋다는 얘기)
전반부가 그가 살아온 국제 정세와 함께 그려졌다면,
후반부에는 이후 무하마드 깐수이자 정수일로, 실크로드 전문 학자로서의 삶과 재판, 감옥 안에서의 연구/저술활동이 담겨 있고, 백낙청 이돈명 이호철 등 놀랍도록 많은 분들이 등장한다. 부분 부분 내가 기억하는 시간이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간이라 빚진 기분으로 읽게 되는 페이지도 있다. 사법제도에 대해서 알게 되는 부분도 있고 이래저래 뜻밖의 공부를 시켜주는 책.
가슴에 호랑이를 품은 채로 황소 걸음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정수일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참으로 옳다고 생각된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특출나게 한결같은 사람이어서 많은 분들이 그를 도왔던 거라고 짐작된다.
역사의 복판을 거치며 살아온 사람이 뒤늦게 스파이로 부름을 받고, 신분 위장을 위해 시작한 연구가 그의 최우선이 되고 오히려 우선순위가 뒤바뀌게 되는 건 사실 어이없고도 놀랍다. 학자로서 그의 실크로드학이 제대로 후학들에게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는 자기 몫의 삶을 너무나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사람이고, 그의 삶을 그린 평전의 마지막이 그의 시로 끝나는 부분도 참 마음에 든다. 누구든 마음에 시를 품고 사는 삶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수일 그는 마음에 항상 시를 품고 살았던 사람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이들이 또 있다.
그가 여기서 재혼한 두 번째 부인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 그의 딸과 주고받은 편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실크로드에 관심이 있어서 예전에 그의 저서도 좀 읽었는데, 사실 그의 저서들은 읽는 재미가 크게 있지는 않았으나 그의 삶을 다룬 이 책은 참 흥미롭고 유익했다. 이제 다시 그의 저서를 찾아서 읽어볼까 싶다.
덧,
나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은 뜻밖에도 훈련을 마치고 스파이로 나서는 장면이다.
45세면 새 출발을 할 나이는 아닌데 그는 그 나이에 가족을 두고 다시 어디로 향할지 모를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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