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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해피 - 행복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스테퍼니 해리슨 지음, 정미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6월
평점 :
지금 우리 사회는 번아웃과의 전쟁 중이다. 기어코 번아웃이 오고나서야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번아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성장을 추구하며 인력을 전력으로 쏟아붓는 사회의 탓도 아니다(일수도 있다). 자본주의는 결과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낙오자를 덜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결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된다면 조금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결과만을 바라보는, 행복의 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절대적인 보상을 원하는 행복을 '낡은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그에 반대로, 행복은 과정이 필수적인, 목적지가 없는 여정인, 내가 나로서 있는 행복을 '뉴해피', 새로운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크게 특별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390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말하는 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고 자꾸 스스로에게 묻는 것조차 행복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하던대로 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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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원동력이라는데,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비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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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시점에 자기혐오가 싹튼다. 나와 내 머릿속의 완벽한 자아 사이를 가로막는 유일한 방해물이 바로 나 자신인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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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사막에서 필사적인 갈증을 느끼는 상황과 같다. 환각이 아른거려 오아시스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지만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완벽한 자신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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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스러워도 행동하자. 겁이 나도 행동하자. 변화를 일으키기에 너무 작다고 느껴져도 행동하자. 그러면 희망이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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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분히 희망적이다. 제목답게 행복해보인다. '행복이 뭐길래'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예전에는 '행복이 뭘까?'라고 긍정적인 투로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조금 시비조가 된 것 같다).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하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고민이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살았다. 공부할 땐 공부하고 밥 먹을 땐 밥 먹고 잘 땐 잤다. 지금은 공부할 때 고민하고 밥 먹을 때 걱정하고 잘 땐 자지 못한다. 인생의 목표의 유무가 행복의 목표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의 목표가 구체적이고 많아지면 행복과 거리가 멀어질 확률이 높은 확률로 높아진다.
얼마 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와 비슷하다. 단순하게 기쁠 땐 기뻐하고 슬플 땐 슬퍼하기에는 내가 속한 세계가 넓어지고, 그만큼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내 세계가 넓어지는 속도를 내가 쫓아가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불행해진다(불행이 최악의 경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얻고 목표였던 행복을 이루지 못해도 만족한다면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뉴해피일 것이다(목표 행복의 유무도 따져봐야겠지만).
5장의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패배하거나 경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부족한 사람이 된다. '성공하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실패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부이고 열등한 존재로 여기면서 자신의 온갖 두려움을 정당화한다. 혹시 나에게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달릴까 봐 과로하다가 질병, 고립, 불행을 얻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느 점이,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아이러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번아웃이 올 수 있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니까. 꼭 육체적으로 불태워야만(번) 아웃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취업준비'생'이 되는 이유는 더 이상 소속이 없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렇게 취준생에서 탈출해서 입사하면 번아웃이 오거나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시작부터 까맣게 타버렸으니까. 말그대로 재료 소진으로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다.
이 책이 각자의 행복의 길라잡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된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불안할 때, 타인이 적어놓은, 단단하고 무거운 종이 위 문자들을 읽음으로써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서평단으로 작성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