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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관장님의 옛날이야기 - 묘귀에서 친구로, 전설과 역사 속 고양이와 만나다
마웨이두, 이소정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평점 :
베이징의 관푸 역사박물관은
관장이자 책의 저자인 마웨이두가 수집해온 중국의 옛 자료와 역사 유물을 전시하는 중국 최초의 사립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귀하고 특별한 보물들이 또 있다. 바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곳에 살게 된 고양이들이다. 마웨이두 관장은 이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돌보는 것에서 나아가 관내에서의 직책과 임무를 마련해주었다. 무려 이들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어엿한 이사장, 학술관장, 홍보부관장, 안보부관장, 운영관장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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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술관장 고양이 란마오마오가 들려주는 중국 역사 속에 전해 내려오거나 사료에 등장하는 고양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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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양이들도 사회 분위기에 따라, 시대별로 다른 취급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진,한 시대의 고양이는 신성하게 여겨졌지만, 수나라 때의 고양이는 묘귀로 취급받기도 했다. 태평성세 당나라 시대는 고양이들에게도 평안함의 시절이었다.
제국의 여인들이 궁중 암투를 벌일 때도 고양이는 저주에 등장하며 의미심장한 역할을 맡기도 한다. 천태만상의 궁정정치 속에도, 문인들의 글 속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며 인간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온 고양이에 대한 흔적들을 함께 찾으며, 그들에게 배우는 관료 사회의 처세, 나아가 삶의 철학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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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마오마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고 나면 박물관의 일곱 마리 대표 고양이들의 사연과 화보가 등장한다. 귀여움의 포인트를 완벽하게 잡아내어 단 한 장도 버릴 게 없이 모든 사진이 심쿵 포인트일지어니, 냥빠라면 심호흡 크게 하시고 가슴을 부여잡고 읽으시라. 혹시 이상한 소리도 내게 될지 모르니 주변에 오해 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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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다 첫 페이지에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 한 점과, 소개될 고양이 한 마리가 짝지어 어우러진 아이디어는 기발하고 절묘하다. 전시품의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지라 조금은 고루해 보이는 오래된 중국 유물들이 이토록 생동감있고 고풍스러운 기품이 넘치는지 다시 보게 된다. 이거야말로 고양이와 골동품의 기가 막힌 콜라보레이션이다. 관내를 자유로이 누비는 야옹이들인지라 거의 대부분의 사진에서도 의도치 않게 전시 유물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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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냥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치즈냥이 진팡팡 (‘진’은 황금, ‘팡팡’은 중국어로 뚱보라는 의미란다.아아 이름도 귀여워 ㅠㅠ)
저자의 이름을 물려받은 화려한 외모의 마두두,
그의 적수이자 흑진주같은 기품을 자랑하는 샤오얼헤이,
종 특성상 선천적 질병을 앓는 스코티쉬 폴드 쑤거거와 흥 많은 냥아치 쑹추추,
무림의 고수와 같은 카리스마 좡타이지,
그리고 13년간 손님들과 교감하고 사랑을 전하다 이제는 고양이 별로 돌아간 영원한 첫째이자 그리운 원로 이사장 화페이페이까지 일곱 아이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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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푸 박물관은 인간 역사의 흔적을 모아 놓은 전시관이기 이전에,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고양이 사저가 되고 말았다. 황화리 나무로 만든 청 시대의 탁자나 명 나라의 칠보, 홍목으로 만든 의자 위에서 잠자며, 중국의 명요에서 생산된 도자기에 밥을 담아 먹고, 송나라 회화 작품 아래를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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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언제나 자유롭다. 관내를 누비며 수백년 전 귀한 유물도 그저 돌멩이 위를 거닐듯 유유히 거닌다. 인간이 부여한 재화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값나가는 수집품들의 값어치는 알 바 아니라며 백자에 올라 앉아있기도 하고 목재 예술품들 사이를 아슬아슬 뛰어넘어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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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삶을 바쁘게 누비며 사는 우리는 고양이들의 나른한 몸뚱이와 여유가 넘치는 눈빛에 묘한 위안을 받는다. 고양이의 세계에는 경계 없는 사랑이 있고, 불필요한 탐욕이 없다. 책 속에는 인간과 고양이가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이 따뜻한 글과 애정 담긴 사진 속에 가득하다. 게다가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되는 전체 관푸 고양이 명부는 진짜 헉 소리나게 재미있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