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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책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평점 :
완벽한 취향 저격, 단편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탐욕과 광기, 허세와 집착, 환멸과 환희, 증오와 연민,
미련과 단념, 고독과 불안…
이런 것들조차 결국 다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이 가진 감정 단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단어가 ‘사랑’이 아닐까 싶을 만큼
사랑은 불명확하고 불가해하다. 인간의 마음이 닿는 어디에나 깃든다.
읽는 동안 이토록 각양각색의 서사가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와 레베카의 원작자 대프니 듀 모리에의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의 그로테스크한 긴장감
지적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에 대한 연민과 증오가 뒤범벅된 모성을 담은 캐서린 포터의 <그 애>
풍요 속의 빈곤처럼 쓸쓸했던 <로맨스 무도장>
막장 코믹극 <광란의 40번 대 구역에 꽃핀 로맨스>와 <영구 소유>에 등장하는 두 보살의 인류애적 태도
알퐁스 도데와 오 헨리 특유의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아를의 여인>과 <목장의 보피프 부인>
사랑이 어쩌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라며 세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책>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빛깔 때문에 달콤하고 설레는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릴 테다. 하지만 아마 그 예상을 빗나가는 당혹감마저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특히 기드 모파상과 에밀 졸라의 시크한 단편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이 소설집은 더욱 취향에 잘 맞을 것 같다. 무엇보다 수록작들의 작품성이 뛰어나다.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이쯤 되면, 훌륭한 작품 큐레이션에 박수를 보내며 <죽음의 책>을 이어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으나 리뷰는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